소액주주 외면에 임시주주총회 참석율 19.82%로 의결정족수 미달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로 유상증자 시도 네 번 연속 퇴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19년 적자에도 매년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자본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의 3년 연임 시도가 또 실패했다. 박 대표 등 진원생명과학 현 경영진은 지난해말 임시주주총회에서 3년 재선임을 시도했으나 소액주주들 외면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임시주주총회 성립 자체가 무산됐다.

박 대표가 받는 고액 연봉의 자금줄 역할을 맡았던 유상증자 역시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효력을 정지시키며 다시 한번 막아섰다. 하지만 박 대표의 고액연봉 수령은 지속되고 있다. 출구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진원생명과학의 미래가 한층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3년 재선임 실패에 유상증자도 막힌 박영근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진원생명과학의 임시주주총회는 참석율이 서면위임 포함 19.82%에 그치며 불성립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임시주주총회에서 황금낙하산 조항 철폐 등이 담긴 정관 변경 안건과 현 박영근 대표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 및 사외이사 김상돈, 감사 최성호를 그대로 3년 임기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다.

앞서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임기가 끝난 박 대표 등의 경영진의 3년 임기 재선임, 상근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이 모두 불발된 배경은 소액주주들의 외면이다.

진원생명과학은 박영근 대표의 지분율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6.88%에 그치고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합쳐도 8.75%에 불과하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은 보통결의에 해당하는데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충족해야 성립한다. 소액주주들이 투표를 외면해 전체 발행주식수의 25%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처리가 불가능해지는 지분구조인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박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낮은 배경에는 연례행사처럼 지속해온 유상증자가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박 대표 등의 고액연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유상증자를 끊임없이 진행해왔다. 2020년부터 자본시장에서 끌어들인 자금만 총 2457억원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19년 동안 적자를 지속하는 동안 박 대표 등 경영진이 막대한 연봉을 수령하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진원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자회사 VGXI에서도 고액 연봉을 받았다. 박 대표의 총보수는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등에 달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 16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하자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진행을 막고 있다.

증권신고서는 제출 후 10영업일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를 하게 되면 그 즉시 증권신고서는 수리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그 효력이 정지된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이후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해당 증권신고서는 자본시장법 제122조 제6항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3일에도 진원생명과학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를 띄웠다. 지난해 5월 30일과 6월 22일, 8월 17일에 이어 네 번째다.

◇ 박영근과 진원생명과학의 미래는?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박 대표 등 진원생명과학 현 경영진의 고액연봉 수령은 지속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지난해 3분기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등기이사는 박 대표와 조병문 전무 등 2명인데 2023년 3분기말까지 2명의 보수총액만 29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은 박 대표 몫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동안 급여로 6억9600만원, 상여로 13억1000만원 등 20억600만원을 수령했다.

박 대표는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보호받고 있다. 진원생명과학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가 ▲적대적 인수, 합병 등으로 해임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 ▲사유를 불문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 등을 당하면 진원생명과학은 퇴직금을 제외한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은 대표이사의 경우 100억원이고 다른 이사는 60억원이다.

소액주주들은 황금낙하산 폐지가 담긴 정관 변경 안건 상정을 추진해왔다. 박 대표 역시 황금낙하산 정관을 폐지하는 안건에 동의하고 진원생명과학은 정관 변경 안건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진원생명과학 주주구성을 감안하면 박 대표의 재선임 안건 통과는 잘하면 가능하겠지만 황금낙하산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에 해당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발행주식수의 33.3% 이상 표를 모아야 황금낙하산 조항을 없앨 수 있는 상황에서 안건 통과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진원생명과학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줄어들고 있다. 별도기준 진원생명과학의 2022년말 유동자산은 1067억원이었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말 유동자산은 1047억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0억원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말 진원생명과학의 단기기타금융자산은 594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