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재출연 규모 및 SBS 지분 매각 여부 등에 관심
하청업체·신탁사·시행사·금융권 등 이해관계 얽혀있는 곳 많아 채권단 의결권 문제 복잡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대한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다. 이미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계열사 매각 등이 자구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알려진 정도로는 뼈를 깎는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최소한의 희생만 치르려는 태영건설 측의 의견 합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정수준의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하면 법정관리에까지 돌입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대주주 사재출연 규모와 SBS 지분 매각 여부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채권단 400여곳을 대상으로 채권자 설명회를 연다. 산업은행은 이 자리에서 오는 11일 있을 채권자협의회 안건인 채권자협의회 구성 및 운영, 태영건설 존속능력평가 등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다. 태영건설은 이 자리에서 자구안에 대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 설명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태영건설이 마련한 자구안이다. 지주사 TY홀딩스는 현금화할 수 있는 수단 중 자회사 중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블루원 매각, 사재출연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알짜 자회사이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SBS 지분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는 채권단으로썬 알짜 자회사인 SBS 매각을 배제할 이유는 없는 만큼 자구안이 채권단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재 출연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에서는 최소 3000억원 규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영건설 관계자는 아직 성실하게 자구안을 마련 후 설명할 것이라고만 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태영건설은 이미 산은에 태영인더스트리 대주주 지분을 반영한 사재 출연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은 2400억원으로 윤세영 회장 측의 지분 60%을 반영하면 144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윤 회장 측은 블루원 지분 12.26%를 보유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진 것을 다 내놓고 도움 요청하는 게 상식적인데 지금의 태도는 채권단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아직 상환하지 않은 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태영건설에 대여해주겠다고 공시한 1133억원의 일부인 400억원만 대여한 점 등도 성실도가 불충분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태영건설은 이에 대해 돈을 갚을 대상이 협력사에서 은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갚을 필요가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자구안 마련책이 흡족하더라도 채권단 수가 건설업 특성상 상당히 많다는 점도 채권단 의견 합치의 난항 요소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수를 400여곳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채권단의 기준이 금융기관으로 한정돼있다가 모든 금융 채권자로 변경된 영향이다. 건설업 특성상 시공사는 시행사, 신탁사,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실행 및 착공 여부에 따라 채권단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설명회를 바탕으로 오는 11일 열리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단의 신용공여액 중 75% 이상 동의하면 워크아웃 여부가 확정된다.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3개월 동안은 실사 과정을 통한 기업개선계획 마련 및 PF 사업장 구조조정 등이 진행된다. 이후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체결 후 공동관리절차가 시작된다. 만일 이달 11일 부결되면 워크아웃 절차는 종료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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