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캐피탈, 신용등급 부정적 하향조정···부동산경기 침체 후폭풍 직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동산 PF 위기감 고조
올해 전망 밝지 않아···상반기 만기 브릿지론 추가 재연장 어렵다는 관측
상반기 손실 단기간 급증 가능성···상당수 경영난 겪을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부동산금융 자산의 비중이 높은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가운데 고위험 사업장 비중이 높은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연쇄 파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인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의 경우 이미 1년 반이 지나 추가 재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손실이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사는 OK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부동산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OK캐피탈의 영업자산이 부동산금융 위주로 구성돼 있고 이 자산의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등급 변경 사유로 삼았다.

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고 자금 조달 방안이 한정적이다. 대출과 할부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고수익원인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어느 업권보다 큰 편이다. OK캐피탈 역시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부동산 PF 사업 비중을 빠르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OK캐피탈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2.4배로 한국투자캐피탈(1.6배), DB캐피탈(1.3배), 키움캐피탈(0.9배), 메리츠캐피탈(0.7배)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앞서 OK캐피탈은 지난해 들어 총 9건, 합산 금액으로는 196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OK캐피탈의 연체율은 10.6%로 전체 캐피탈사 중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22년 연체율은 4.4%, 2021년은 0.9%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들어 부동산 PF 부실이 심화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이다.

OK캐피탈의 부동산PF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 28.8%로 한도인 30%에 거의 육박해 매우 높다. 이중 브릿지여신 비중은 약 72%, 중·후순위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등 취급한 자산의 질도 나쁘다.

부동산 PF는 본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뉜다.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사업 초반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주로 캐피털사 등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브릿지론을 통해 돈을 빌린다. 이후 개발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면 1금융권 등으로부터 토지 담보 대출로 본PF 자금을 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한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금리가 높은 브릿지론 대출 수요가 급증해 캐피털사 등의 이익이 급증한다. 그러나 올해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브릿지론 대출 규모가 큰 금융사는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캐피털사 구조를 고려하면 비단 OK캐피탈의 문제만은 아니다. 신용평가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정기평정에서 연일 캐피털사의 신용도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지난달 M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1일 A캐피탈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캐피털업의 사업환경·실적 방향·등급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매겼다. 올해 신용도가 추가 하향 조정되는 캐피털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A급 이하 캐피털을 중심으로 자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건설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9월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위기설이 점화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위기설을 차단하는데 안간힘을 썼고 여러 금융사들도 브릿지론 만기를 3~6개월 연장하는데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상환이 유예된 물량까지 더해 올해 상반기에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되면서 캐피털사들의 손실이 단기간에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만기였던 7조100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 가운데 상당 규모가 올해로 유예되면서 캐피털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만기 브릿지론의 23~40%는 이미 상환 유예 후 1년 반이 지나 올해 기준으로 추가 재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캐피털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다. 지난해 말 캐피털사 부동산PF 연체율은 4.44%로 1년 전 2.20%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은행(0%)과 보험(1.11%)와 비교하면 캐피털사의 부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실감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브릿지론 상환이 집중될 것"이라며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캐피털사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