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2일 공사 중단···“공사비 1800억원 미납”
조합 내홍에 분양일정 안갯속···조합장 공석 장기화
“둔촌주공 사태보다 심각···입지성·사업성 모두 떨어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대조1구역에서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조합원들 사이에선 분담금 폭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대조1구역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비 미납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면서다. 조합 내홍으로 일반분양 일정이 미궁에 빠지면서 공사 재개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공사 중단 장기화로 분담금 폭탄을 떠안은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조1구역은 이날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착공 이후 1년치 공사비 180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전날(1일) 조합에 공사중단 공문을 보냈다. 대조1구역은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28개 동, 2451가구 규모 단지를 짓는 재개발 사업지다. 사업비만 3조원(공사비 5800억원)에 달해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2017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현재 공정률은 22%(11월 말 기준) 수준이다.

대조1구역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건 조합 내홍으로 일반분양이 차질을 빚으면서다. 조합은 당초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행부 부재로 일반분양을 위한 총회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최초 조합장 선거에서 일부 조합원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 2월 조합장에 대한 직무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법원이 직무대행을 지정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항고로 총회를 열지 못했다.

조합 내분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조합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지만 직무정지됐던 조합장이 다시 선출되면서 조합 내부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당초 11월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일부 조합원이 법원에 낸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총회가 취소됐다. 여기에 조합장 선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조합장 자리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조합 내홍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공사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현대건설은 직무대행이 아닌 적법한 절차로 구성한 새로운 집행부만 협의당사자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을 정상화하고 일반 분양, 공사비 지급까지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곳은 조합 정상화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공사는 공사가 중단되면 다른 사업장에 착수하기 때문에 조합이 정상화되더라도 단기간에 공사가 재개되긴 어려울 전망이다”고 말했다.

조합 내부에선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앞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돼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나고 입주 시기 역시 2년 이상 지연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기존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대조1구역의 경우 가구당 1억5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대조1구역이 둔촌주공보다 입지성과 사업성 모두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반분양 물량도 둔촌주공보다 훨씬 적은 483가구에 불과하다.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더 올라가게 되면 분양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분양 시장에선 입지가 좋아도 분양가가 높으면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의 파급력과 조합원들의 피해가 둔촌주공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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