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계약 사업지 22곳 2만여가구
정부, 수분양자 보호조치 실행
공동 도급·시공사 교체 진행
“정상화되려면 공사 지연 불가피”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문제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공사가 중단되거나 분양대금을 날릴진 않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된 가운데 수분양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되거나 이미 낸 계약금·중도금을 날리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수분양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공사 지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핵심 경제 당국자 4명의 모임을 일컫는 ‘F4(Finance 4)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에 문제가 생겨서다. 태영건설의 PF 대출 규모는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으로 아파트·오피스를 지어 분양한 후 PF를 갚아야 하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착공조차 못 한 현장이 많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만 3956억원이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무너지면서 건설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수요분양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분양 아파트가 준공되지 못하고 멈춰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날리진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수분양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곳(1만9896가구)이다. 이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사업장은 14곳(1만2395가구)이다. 통상 30가구 이상 분양 사업은 HUG가 보증을 선다. 사업주체나 시공사 문제가 생길 경우 ‘보증사고’로 보고 HUG가 사업 권한과 책임을 넘겨 받는다. 다른 6곳(6493가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머지 2곳은 신탁사나 지역주택조합보증이 시행 중인 사업장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만약 태영건설이 공사를 못 할 경우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HUG가 보증을 선 사업장은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3개월 이상 멈추면 사업자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하게 돼 있다. 대체 투입되는 건설사가 없을 땐 계약자에게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해 준다. 다만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대출 등으로 조달해 이자가 발생했다면 이 부분은 손실이 된다.

또 LH가 발주한 사업장은 필요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태영건설이 계속 짓도록 하거나 시공사를 교체할 예정이다. 다만 공동도급 시공사나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공사 재개 지연 등으로 입주 예정일이 미뤄질 수 있다. 입주가 늦어지면 중도금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수분양자들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조치로 공사가 진행되겠지만 현장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입주한다고 해도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 등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로 기존 사업장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는 만큼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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