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조양래 명예회장 장남·차녀와 경영권 인수 시도
조양래, 사재출연 해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 장내 취득
우호지분 50% 넘긴 듯···사법리스크·한정후견은 막판 변수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 그래픽=시사저널e DB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차남 조현범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지만, MBK 측은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 조사를 요청하는 등 재차 반격에 나섰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15일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 조사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조 회장의 우호세력인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난 7~14일 한국앤컴퍼니 주식 총 258만3718주를 장내 매수한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MBK파트너스는 요청서에서 조 명예회장이 공개매수 실패를 목적으로 주가 상승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MBK는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지분율 18.93%)과 차녀 조희원(10.61%)씨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중이다. 최소 매수 목표 수량은 20.35%다.

MBK파트너스는 “조양래 회장은 지난 7~11일 사이에 하루 거래량의 20~30%에 해당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며 “조 회장의 비정상적인 대량 매수가 없었다면 대상회사(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공개매수가 이하로 하락했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7일을 제외하면 당일 종가보다 높은 평균 단가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상회사의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또 조 명예회장이 언론을 통해 ‘MBK가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는 경우 직접 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부양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 명예회장이 시세조종 의도로 주식 매입을 개시한 것이란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으로 조현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기존 42.89%에서 45.61%로 증가했다. 우호세력인 hy(옛 한국야쿠르트, 1%)와 국민연금 등 중립 지분(3%) 등을 포함하면 조양래·조현범 부자의 지분율은 50%를 넘겨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hy 윤호중 회장은 조 회장과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의 시세조종 조사요청과 함께 조 회장의 형사리스크와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2019년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산 데 이어 200억 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3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11월 2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재 1심 재판이 계속 중이며 일부 혐의는 인정해 유죄 판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영권 방어에 직접적 영향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기업가치 하락 우려 등을 분쟁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항고심 중인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심판 결과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 조 명예회장의 주식 블록딜부터 시작됐는데, 이 당시 조 명예회장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면 나머지 형제들이 블록딜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보유 지분 전량(23.59%)을 블록딜 방식으로 조현범 회장에게 넘겼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의 이 같은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지난 2020년 7월 성년후견심판을 제기했다. 1심은 조 명예회장의 과거 진료 기록과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조 이사장은 정신감정 없는 결정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다”고 반발하며 항고를 제기했다.

항고심에서 조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이 이뤄졌으며, 감정을 맡은 보라매병원은 지난달 27일 서울가정법원 재판부에 그 결과를 송부했다. 조현범 회장 측은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이사장 측은 조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있으며, 병세와 치료에 필요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 사실조회신청서를 재차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7일 보라매병원에 이 신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심문기일은 내년 1월1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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