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교섭단위 분리 결정한 중노위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
사무직 노조 측 “단체협약 체결 노사간 노력···판결 수용해야”

/사진=금호타이어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금호타이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금호타이어가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인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두 직군 사이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와 유의미한 고용형태의 차이가 존재하고, 사무직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함으로써 달성하려는 이익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유지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보다도 크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금호타이어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결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사무직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인 중노위 판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2003년 금호산업에서 분사해 신설법인으로 설립됐다. 약 5200명의 근로자(생산직 3877명, 사무직 1398명)가 재직 중이다. 생산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3500여명이 가입한 전국금속노동조합(교섭대표노동조합, 1노조)가 있지만, 2021년 4월 사무직 근로자 227명이 가입한 사무직노조가 신설됐다. 이밖에 110여명이 가입한 금호타이어노동조합(2노조), 현장관리자노동조합(3노조) 등이 있다.

사무직 노조는 2022년 8월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으며,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했다.

회사는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 사이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의 본질적 차이가 현저하지 않아 사무직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예외적 필요성이 없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사무직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조합법은 회사에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면서도,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 사이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직군별로 담당 업무 및 근무장소가 명확히 구분되고, 근무형태와 직위·직급체계, 임금의 구조와 지급체계뿐만 아니라, 연차휴가 보상방식, 복리후생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그 차이는 일반적인 직군 분화에 따른 업무의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한 정도를 넘어서 본질적 기초를 달리한다”고 봤다.

고용형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생산직과 사무직은 직군별로 인력관리의 주체 및 방식, 기본적인 채용조건 및 세부 절차, 수습기간의 운용, 정년의 기산 등 상당 수준의 인사노무관리 제도가 상이하다”며 “여기에 직군 간 인사교류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점까지 보태어 보면, 별도의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사무직과 생산직 사이에 유의미한 고용형태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교섭창구를 단일화 하는 것보다 분리하는 것의 이익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생산직으로만 구성된 다른 노동조합은 사무직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무직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생산직과 사무직은 인사교류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더라도 노무관리상의 어려움이나 상이한 근로조건 적용에 따른 불합리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고, 교섭 효율성의 저하나 교섭비용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소송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 측은 ‘과거부터 사무직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고 향후에도 공정대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며 교섭단위 분리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원고 회사가 수년간 다투어온 통상임금 소송 결과로 생산직 근로자는 2021년 및 2022년 8.3%(매년 4.15%)의 임금인상을 누린 반면 사무직은 위 임금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향후 사무직의 이해관계를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 할 수 있다거나 사무직과 생산직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사무직 근로자(전체 근로자의 약 26.5%)와 회사의 단체교섭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김한엽 위원장은 “이달 안으로 단협 체결을 위해 노사간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1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회사가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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