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후 무기한 버티기 막자는 개미들의 핵심요구
무기한 버티기 불가능하다지만 6개월만 버텨도 공매도가 유리한 K-증시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의 단체 행동이 조직화되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의심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전수조사 요청 및 공매도제도 중단기간 내 반드시 개혁해야 할 사항에 관한 청원’은 5만명 동의를 얻었고 안건은 소관위인 정무위원회로 회부됐다. 앞서 지난 10월 공매도 제도개선 청원 이후 두 번째 개미들의 청원 성공이다.

이렇게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관련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공매도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공매도와 관련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핵심 요구 사안은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전산화와 90일 이내 상환의무 설정이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시스템 구축과 90일 이내 상환의무만 설정된다면 다른 사안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요구들이다. 오히려 공매도에 뿔난 개인투자자들의 여론 방향을 돌리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담보 비율이나 기타 조건 개선 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추가 연장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 연장 없는 90일 의무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무기한 버티기를 막자는 것이다. 무기한 버티기가 가능한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무조건 버티기는 비용부담이 커져 무기한 버티기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모 증권사 연구원은 "상환기간을 90일로 설정하면 롤오버(만기연장)를 자주 해야 하기에 운용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관련 토론회 기사들을 읽다가 재미있는 포인트를 발견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계속 롤오버(만기연장)이 가능하다는 세간의 의심을 반박하기 위해 모 한국예탁결제원 부장이 최근 5년간 거래 데이터를 통해 외국인 차입자의 87.3%가 1년 이내에, 74.8%가 6개월 이내에 대차거래를 상환했다고 밝힌 것이다. 내국인의 경우 차입자의 90.3%가 1년 이내에 대차거래를 상환했고, 85.7%가 6개월 이내에 상환했다.

이 발언을 다르게 해석하면 외국인 차입자의 12.7%는 1년 이상 차입했다는 이야기다. 내국인 역시 9.7%가 1년 이상 차입했다. 무기한 버티기로 해석은 무리겠으나 적어도 1년 이상 장기 차입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에서 특정 종목 주가가 1년 이상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나? 장기투자는 필패인 곳이 K-증시다. 당장 국내 증시에서 반짝 급등한 종목은 3개월만 들고 있어도 대부분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무기한이 아니라 6개월만 버텨도 공매도 승률이 대폭 올라가는 곳이 K-증시다.

그러니까 코리아디스카운트, 선행매매, 테마주가 활개를 치는 것 아닌가. 에코프로처럼 증권가 예상을 벗어나 급등한 종목이 있으면 증권사가 공격도 하는데 K-증시에서 1년 이상 꾸준히 상승세가 유지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매도는 비용부담에 상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 비용부담에 6개월 혹은 1년만에 대차 대부분이 상환된 것이 아니라 공매도 이후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원래대로 떨어졌기에 상환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외국인 차입자의 12.7%는 1년 이상 차입하는데 공매도 유지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나? 30억원대 강남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이 재산세 100만원이 부담되어 매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느낌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놓고서도 외국인들이 떠날 것이라는 출처 불명의 엄포이자 협박이 횡행했다. 그런데 지난 10월까지 4개월 연속 순매도를 유지했던 외국인들은 정작 지난 11월 6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자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 2조3510억원, 9490억원 등 총 3조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올해 1월(6조1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대중들을 상대로 공매도 금지되면 외국인 이탈한다는 출처 불명의 협박과 공매도 90일 상환의무를 설정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같은 부류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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