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이달 중 카드사 CEO 간담회 개최···상생금융 방안 논의 예정
3분기 8개 카드사 누적 순익 2조781억원···전년比 11.7%↓
은행·보험사와 달리 올해 들어 실적 하락 지속···“상생금융 여력 부족”

8개 전업 카드사 3분기 누적 순이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8개 전업 카드사 3분기 누적 순이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연초 금융권을 휩쓸었던 상생금융 논의가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에 이어 카드사까지 압박이 번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친 상황임에도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요구하면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 CEO들과도 간담회를 개최하고 상생금융 동참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보험업계도 자체 협의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드사의 상생금융 방안으로는 대출 금리 인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과 보험사들과 달리 카드업계의 경우 지난해부터 순익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을 만한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3530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는 올해 들어 매분기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8개 카드사는 1조41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1년 전(1조6243억원)보다 12.8% 감소한 바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그에 따라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수요 증가로 이자이익을 늘린 은행권이나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보험업계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은 19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18조5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1년도 채 안 돼서 작년 1년 치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보험사들의 실적도 성장했다. 올해 3분기 국내 53개 보험사들의 누적 순이익은 11조4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7612억원)보다 47.2% 급증했다.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된 은행권이나 보험업권과 비교하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분기마다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금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카드 업황이 많이 힘든 상태고 내년에도 시장 환경이나 실적 전망이 밝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권이나 보험사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카드사들은 실적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생금융의 발단은 사실상 은행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에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에도 상생금융 동참을 촉구하는 게 의문이 든다”며 “이미 상반기에도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었는데 몇 달 만에 또 추가 지원을 내놓아야 하니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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