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충격 받으면 바로 화재 발생해 탈출 못하고 사망사고 이어져···열폭주로 진화도 잘 안돼, 불 끄는데 수만 리터 물 필요
“무리한 보급으로 각종 문제 불거져···최근 시장 숨고르기 분위기 긍정적 측면 있어”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자동차 추돌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사고가 난다고 해도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불타는 사례는 잘 부각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 유독 전기차는 사고가 나면 휘발유, 경우(디젤) 등 내연기관차보다 화재가 더 이슈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121건인데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휘발유나 경유 모두 발화성 물질인데, 왜 전기차가 유독 사고 시 화재 시 더 위험하다는 걸까요. 

기본적 이유는 배터리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연료로 한다는 것은 익히들 알고 계실 텐데요. 배터리 셀 손상이 발생하면 열폭주로 화재가 확산되고 폭발까지 전개가 되게 된다고 합니다. 사고 등으로 충격을 받으면 배터리에서 가연성 물질들이 나와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때문에 발생하게 된 화재는 진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미국에선 전기차 하나 불을 끄는데 진화가 잘 안돼서 7시간 동안 수 만 리터의 물을 쓴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내연기관차가 1000리터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그만큼 진화가 안 되는 셈”이라며 “전기차 화재는 그만큼 빨리 번지고 진압도 잘 안 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탈출할 시간도 짧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국산 전기차가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아 불타는 사고가 있었는데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사망했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 CCTV 분석결과 차량이 사고가 나자마자 3초 만에 불길이 번졌고 이것이 주 사망원인으로 추정됐다고 하죠.

기자 역시 한 국내 전기차가 사고 후 곧바로 불이 붙는 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운전자가 정신이라도 잃거나 하면 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충전 중 불길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는 등 전기차의 안전성은 계속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00% 전기차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드 인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거나, 휘발유나 디젤 같은 내연기관차를 다시 찾는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신기해서 많이 샀는데 여러 불편함 및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잠시 숨고르기 하는 모양새죠.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전기차 발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필수 협회장은 “그동안 전기차가 너무 빨리 보급되다 보니 각종 문제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이렇게 전기차 보급이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오히려 품질개선 및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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