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저축은행, 1000억원 규모 부실채권 우리F&I에 매각
시장 매각 답보 상태에 공동매각 추진
“부실채권 매각 정상화로 건전성·수익성 개선될 것으로 기대”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 업권이 3년 넘게 막혀있던 부실채권 시장 매각의 물꼬를 텄다. 답보 상태였던 부실채권 매각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업권에서는 악화일로를 걷던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차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웰컴·OSB·JT친애저축은행 등 12개 저축은행에서 부실채권 최종 매각 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2개 저축은행들은 대출원금 기준 약 1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이달 중 우리금융F&I에 공동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가율은 기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입률표 기준 매각 가격보다 약 130% 높은 수준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개인 차주의 연체채권을 캠코 외에 다른 민간 채권추심업자에 매각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 차주에 대해 과잉 추심을 자제함으로써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금융지원 조치 중 하나였다.

그러나 부실채권 시장 매각 제한 조치가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민간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7월에는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유동화전문회사 5곳을 선정했지만 매각 가격을 두고 저축은행과 유동화전문회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5개월 가까이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개인무담보 부실채권 자산유동화방식 공동매각’을 추진해 지난달 29일 입찰을 실시했다. 개별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공동 매각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웰컴·OSB·JT친애 등 19개 저축은행이 1257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위해 해당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12개 저축은행에서 매각 의사를 결정해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공동매각 추진으로 답보 상태에 있던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시장 매각이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 업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은 6.15%로 지난 2분기 5.33%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3.41%)과 비교하면 3%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3분기 79개 저축은행의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141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1조339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순익이 급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그간 부실채권 시장 매각 제한으로 저축은행들이 연체채권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공동 매각을 시작으로 부실채권 매각이 다시 정상화되면 연체율이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 시장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채권 매각으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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