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반대 불구 정부 증원 방침 고수 
“재학생 졸업생 간 상위권 격차 확대”
“정시 손질 없으면 N수생 급증 우려”
의대 중도 포기자 문제 악화 우려도
전문의 자격 없이 의사활동 가능 문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가 자칫 사교육 시장만 키울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입시제도 손질없이 정원 확대가 현실화하면 수능 장수생을 크게 양산해 이공계 전반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단 분석이다. 의대 입시에 있어 N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시 제도를 손질해 학생부 전형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의료계 반발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2025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단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증원이란 방향성을 확정한 가운데 교육의 질 등 세부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단 방향이다. 

이에 의대 정원 확대가 현실화하면 입시 지형이 바뀌면서 교육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의대가 지역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학과란 점을 감안할 때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초등학생 대상 의대 입시반이 있을 정도인데 정원이 확대되면 의대 입학 문턱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에 사교육 시장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올해 입시부터 자연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염두하고 N수를 감수한 소신지원일 늘어날 조짐이 엿보인단 분석도 나온다.

이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지형 변화’ 토론회에선 현행 입시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해 수능 응시자 45만명 중 0.67%가 의대를 가게 된다. 의대 외에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까지 1.4%, 그 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까지는 수험생 중 3.9%가 진학한다.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면 0.89%, 2000명 증원시 1.1%, 3000명 증원시 1.3%로 진학 가능권이 확대된다. 소수 학생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이 입시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나 연쇄효과는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EBS 진학위원인 윤윤구 한대부고 교사는 “(수능성적 전체 분포도상) 졸업생(N수생)과 재학생 차이를 보면 1,~4등급은 재수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5~9등급은 재학생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실제 졸업생과 재학생간 학력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부분은 2~3등급을 받은 졸업생이다. 올해 이 학생들이 대부분 수능을 반수하고 내년에 제대로 수능 공부를 하겠단 움직임이 시작됐다. 윤 교사는 “3~4수생 비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이들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전체적으로 졸업생과 재학생 간 점수차이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며 “2025년 의대인원이 정시와 수시를 구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가하면 N수생 양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를 준비, 고민하는 인원은 약 1만2000명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학생사정관인 고영남 울산대 의대 교수는 “의대 정시 합격자 80%가 N수생이고 N수생 중 절반은 3수 이상 장수생”이라며 “정원을 늘리면 늘어난 정원보다 몇배로 지원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N수생이 늘고 특히 반수생이 늘어나 이공계, 자연계 교육 파행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이공계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고 사교육 시장이 굉장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사는 “2023년 의대 합격자를 보면 고3이 329명, N수생이 921명이었다. 고3학생 전체 35만명 중 의대합격생은 0.09%였고, N수생 14만명 중 합격생은 0.64%였다”며 “결과를 놓고 보면 7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의대 진학 후 중도포기자 문제도 심각하단 지적이다. 의대에서 2020~2021년까지 1900명대였던 중도포기자가 2022년엔 2100명 정도 나왔다. 윤 교사는 “아직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편입시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의학계열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 80%가 예과에서 나왔다. 적성이 안맞아서 빠졌다고 보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도탈락률은 수도권 의대는 줄어드는 반면, 지방의대는 늘어나고 있단 지적이다. 

윤 교사는 “의대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방향은 수시에서 수도권 의대를 준비하고 이게 덜어지면 정시로 지방의대 지원, 스카이 지원을 하고 이후 N수를 준비하는 단계를 거치면 재학생들이 재수로 몰리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악순환은 정시 40% 수준을 유지하는 한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시 40%가 유지되는 상황에선 누적되는 장수생 비중이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단 지적이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지형 변화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지형 변화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배준영 보성고 교사는 “재수생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전형은 학생부 종합전형 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수능으로 의대생을 모두 뽑기보단 학생부 평가를 반영한 입시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대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부족,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을 담보하진 않는단 지적도 나왔다. 지금 의료계에선 전공의들도 재수, 삼수해서 자기가 원하는 과, 전망 좋은과로 가려고 하지 환경이 안 좋은 진료과로 밀려 나오지 않는단 지적이다.

고 교수는 “20년전 당시엔 졸업 후 인턴을 거쳐 전문의를 따지 않으면 정상적 의료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임상 진료경험이 너무 적어 전문의를 따는 것 외에 다른 옵션이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문의 외에 일반으로 개업할 수 있는 옵션이 굉장이 많아졌다. 미용 비급여 시장이 부풀었기 때문에 전문의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내가 개업해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받는 의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간 900개 일반 의원이 새로 개원했는데 이중 800곳이 전문의가 아닌 피부과”라며 “전문의를 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일반의로 개업해 지낼 수 있는 옵션이 있기에 의대 증원으로 열악하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 의료과 의사를 확충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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