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자에게 인건비 떠넘기고 타사 제품 판매 지시
3년6개월간 5조5000억 원 규모···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서울고법·대법원 “공정위 처분 적법하다” 판결
사측 “시정조치 완료···가이드라인 계속 준수”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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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납품업체 파견직원들에게 타사 상품을 팔도록 한 롯데하이마트에 시정명령과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점들을 이미 시정했으며, 이행 사항을 계속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특별3부는 롯데하이마트가 “시정명령 등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을 지난 16일 심리불속행 기각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지난 7월31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에 불복해 회사가 상고를 제기한 지 약 4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2020년 12월 공정위는 롯데하이마트가 자사에 파견된 납품업체 직원 1만4500여명에게 5조5000억원어치의 자신이 직매입한 제품을 팔도록 한 행위(2015년 1월~2018년 6월 기간)를 적발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신이 직매입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납품업자가 인건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31개 납품업자로부터 총 1만4540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하이마트는 파견 종업원에게 소속 회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납품업자의 제품까지 구분 없이 판매하도록 하고, 파견 종업원의 판매 목표와 실적까지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판매한 총 판매금액 5조5000억원은 롯데하이마트의 총판매금액의 50.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공정위는 또 롯데하이마트가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부당 수취한 행위, 물류대행 수수료 단가 인상분을 소급한 행위도 함께 제재했다.

이에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양판업(대량으로 상품을 구비해 파는 대형 소매점)의 특성상 파견 직원이 여러 업체 제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판매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이를 금지할 경우 고객 불편이 커진다며 2021년 이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2년5개월 심리 끝에 지난 7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은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서울고법의 전속관할로 규정해 2심제 구조를 갖고 있다.

재판부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종업원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의 취지를 강조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롯데하이마트의 편익이나 판매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별 납품업자 또는 종업원의 이익이 희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장려금을 납품업자에게 부당 수취한 행위와 물류대행 수수료를 소급 인상한 행위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하다고 평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시정조치를 완료했다”라며 “향후에도 이행 사항들이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맞게 지속될 수 있도록, 더욱 엄격하게 모니터링하고 교육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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