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층 잠실5단지·은마 49층 이상 계획에 사업성 개선 기대감 커지며 거래가 높아져
여의도 시범 소형평형은 지난달 역대 최고가 기록 새로 쓰기도

최대 7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최대 7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주요 단지들이 주택경기 한파 우려에도 고가에 거래돼 눈길을 끈다. 고금리의 장기화와 정부의 정책 대출 종료 등의 여파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나온 거래여서,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질지 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 119㎡는 지난달 29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7월의 직전 거래가 보다도 5000만원 오른 값이자 연중 가장 높은 거래가다. 또 주택 시장이 얼어붙었던 올해 초 23억2300만원에 손바뀜이 있던 것에 견주어보면 지난 9개월 간 월평균 6500만원 이상 꾸준히 오른 수준이다. 최고가 대비 8억원이나 떨어졌던 집값도 95%까지 회복됐다.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은마아파트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올해 초 17억9500만원으로 저점을 찍고 지난 9월에는 24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지난달에는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거래된 매물이 1층이어서 평균 시세 대비 15% 안팎으로 낮은 값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남권 뿐 아니라 일제히 재건축 이슈가 떠오르며 동네 전체가 들썩이는 여의도 역시 거래 자체는 많지 않아도 고가거래가 나오고 있다. 최고 65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중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17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가다. 전용 79㎡도 지난달 19억45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인 20억1000만원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이처럼 세 단지가 주택시장의 위축세에도 불구하고 연중 최고가 거래가 나오게 된 주된 배경으로는 사업 진척 및 서울시의 층수제한 폐지가 꼽힌다.

서울시는 올해 초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아파트 35층 높이제한을 폐지하고 지역여건을 고려한 스카이라인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에 마련한 주거용 건축물 높이 35층 이하 제한이 약 10년 만에 폐지된 것인데, 이에 따라 건축물의 미관과 경관이 좋아지고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잠실5단지는 지난해 2월 서울시로부터 최고 높이 50층으로 하는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았지만 서울시가 올해 초 2040 서울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하자 기존 계획안의 변경을 추진 중에 있다. 동시에 빠른 변경을 위해 신통기획 자문 방식에도 참여한 상태다. 현재의 계획안에 따르면 준주거지역이라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잠실역 인근으로는 최고 70층 높이의 랜드마크 주동을 배치하고, 단지 안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곳에는 20층부터 49층까지 다양한 동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동 간 간격을 넓히고 한강조망 세대를 늘려 자산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재건축 과정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도 가격 하방압력을 이기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약 두 달 전인 지난 9월 추진위원회 설립 20년 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시범아파트의 정비계획 결정 및 구역 지정안은 서울시로부터 가결됐다.

이처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50층 이상 규모로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행정절차 진척이 더해지며 주택경기 하락기에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고 주택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호재에는 민감하게 움직이는 대장주 재건축 특성상 가격의 급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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