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사업 투자로 시장 기대 모았지만 주력 계열사·자체 사업 부진으로 주가 하락
주주환원책과 기존 사업 다각화로 반등 모색

HL홀딩스의 주가 추이. / 사진=한국거래소 캡처
HL홀딩스의 주가 추이. / 사진=한국거래소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HL홀딩스가 떨어지는 주가를 잡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주사 기업가치가 그룹 오너의 경영성과 지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HL홀딩스가 주가 하락세에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HL홀딩스 주가, 2년전 ‘6층’ 가까워졌다 줄곧 하락세

17일 HL홀딩스 종가는 3만3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2021년 9월에 최고 수준인 6만원에 가깝게 올랐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당시 한라홀딩스(現 HL홀딩스)는 자회사 위코(現 HL위코)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국내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 WCP에 1000억원 투자를 단행하며 투자자 이목을 끌었다.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처분을 실시하며 주가 제고에 힘썼다.

하지만 이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신차 출고 차질을 비롯해 건설경기 침체,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악재가 이어져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계열사별 실적 기복도 모회사인 HL홀딩스의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 HL만도의 실적은 매년 상승한 반면, 건설부문 계열사 HL D&I는 2021년 이후 줄곧 떨어졌고 올해 연간 당기순손실 전망까지 나왔다.

계열사의 부진으로 HL홀딩스의 이윤도 감소했다. HL홀딩스 매출액은 지난해 1조227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58억원으로 오히려 전년(1399억원)보다 하락했다.

HL홀딩스의 경영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들어 세 분기 동안 HL홀딩스는 매출액 6393억원, 영업이익 830억원씩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지만 지난 3분기 133억원 적자를 내며 증가세가 꺾였다. 자동차 부품 물류 사업에서 시장 내 용역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이 크게 줄었고, 같은 기간 지분법이익도 계열사들의 당기순이익 추이에 따라 감소했다.

HL홀딩스의 과거 신사업 투자는 이미 당시 주가에 반영돼 더 이상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고, 경영실적 감소세가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실정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HL홀딩스의 전체 기업가치 중 64%를 차지하는 HL만도와 19% 비중인 HL D&I 뿐만 아니라, 14% 비중인 자체 물류·모듈 사업이 모두 경기 영향을 받는다”며 “재무적 투자자(FI)성 투자 활동이 성과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 점도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사진3) HL홀딩스 ‘플릿온(Fleet-ON)’ 화성 센터 전경 / 사진=HL홀딩스
HL홀딩스가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신차 PDI, 중고차 재상품화 작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신설한 ‘플릿온(Fleet-ON)’ 화성 센터의 전경. / 사진=HL홀딩스

◇“신사업이 제조업체 가치 좌우”···신규투자 적극 단행

HL홀딩스 주가는 모그룹인 HL그룹을 이끄는 정몽원 회장의 경영 성적표로 읽히는 점에서도 세심하게 관리돼야 하는 부분이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故) 정인영 명예회장에 이어 1997년부터 HL그룹을 이끌어온 정 회장은 지난 2014년 9월 만도(現 HL만도)의 투자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한라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정몽원 회장은 한라홀딩스를 사업지주사로 운영하기 위해 한라마이스터, 한라아이앤씨 등 기존 그룹사를 흡수합병 시켰다. 지난 9월말 기준 현재 HL홀딩스 지분 25.03%를 보유한 대주주로 그룹 신사업을 발굴·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주력 계열사인 HL만도가 모빌리티 산업의 대전환 국면에 대응하고 있고, HL D&I가 침체된 건설 시황을 지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정 회장이 단기 실적을 뛰어넘어 제조업 상장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관건인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주가 추이에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HL홀딩스의 외부 투자 이력에서도 확인된다. HL홀딩스는 지난 8월 10억여원을 투자해 주류 물류 전문기업 벨루가브루어리의 지분 4.28%을 확보하고 물류 사업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앞서 박차컴퍼니(렌터카 양수도), 슈퍼브 AI(인공지능 솔루션), 딜러타이어(타이어 온라인 유통), 윌비S&T(반도체 소모품 생산), WCP 등에 직접·간접투자하며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한 성장 동력 확보에 힘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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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HL만도 R&D센터의 전경. / 사진=유튜브 캡처

◇투자자 요구 부응해 주주환원책 내놓기도

투자자 요구에 부응해 주가 향상의 정석적 전략인 주주환원 정책을 최근 내놓은 점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HL홀딩스는 지난 9월말 기준 현재 지분 9.02%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 VIP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환원 정책 시행 요청을 받았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는 2018년 이후 연 200억원 수준의 배당을 포함해 연평균 278억원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으나 극단적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VIP자산운용은 현재 저평가 상황을 고려할 때 동일한 주주환원율 내에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HL홀딩스는 지난 8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2024~2026년 기간에 걸쳐 시행할 주주환원 정책의 승인을 의결했다. 해당 정책에 따라 3개년동안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매년 최소 2000원의 배당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HL홀딩스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와 함께 동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주가 부양 활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그간 HL홀딩스가 주력 사업 외 분야에 투자한 점 등 주가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인 HL홀딩스에게 주력 계열사 주가는 외면하기 힘든 투자포인트”라며 “그룹 전체가 자동차 부품 사업에 치중된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한편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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