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이후 11개월 넘게 국회 표류
‘메가시티 서울’ 정치권 최고 화두로 떠올라
“연내 처리 못하면 백지화 가능성 커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회에 수개월째 표류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이 또다시 난관을 만난 모양새다. 경기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정치권 최고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내에 법안 처리를 못하면 실거주 의무 폐지가 백지화될 수 있는 만큼 수분양자들 사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66개 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600가구)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동헤리티자이’도 내년 6월이 입주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00가구) 입주도 1년 가량 남았다.

앞서 정부는 1·3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 즉시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2021년 2월 도입된 제도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를 수 있으니 자금 부담이 줄어들 게 된다. 이 때문에 1·3대책 발표 이후 미분양 우려가 컸던 둔촌주공과 장위자이 등 서울 주요 분양 단지에선 계약률이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입주 아파트에서 전월세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임대 주택이 한 번에 저렴하게 공급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수개월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시행령이나 규칙 개정이 아닌 법 개정 사안이라 야당이 다수인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야당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올 상반기 전세 사기 문제가 대두되자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가 성행하며 전세 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메가시티 서울’이 변수로 떠올랐다. 메가시티 서울은 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은 김포뿐 아니라 구리와 하남 등 주민 여론이 서울 편입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인서울 행정개편’ 대상에 전면 포함시킨다는 구상을 내놨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역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메가시티론은 내년 총선까지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한 만큼 연내에 법안 처리를 못하면 실거주 의무 폐지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법안도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규제 완화 기대감에 청약에 나선 수요자는 자금 마련 계획을 다시 짜야하는 등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정부 말을 믿고 기존 집 전세 계약을 연장했던 사람들은 입주 시점이 다 되도록 실거주 의무가 안 없어지면서 전세 계약을 중도에 해지해야 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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