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공터로 방치···LH 재무구조 개선 위해 공매 부처
대규모 알짜 입지, 디벨로퍼 군침···비싼 감정가 걸림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여의도에 보유한 노른자 땅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땅값이 인근 거래가보다 1000억원 비싼 데다 매입을 하려 해도 다음 달 중순까지 4000억원을 일시 납부해야 해 사업자를 찾는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학교·임대주택 건설 무산···재무구조 개선 위해 매물로 내놔

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부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매에 부쳤다. 해당 부지는 63빌딩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사이에 위치해 여의도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부지 면적은 8264㎡다. 매각 예정가격은 4024억원이다. 3.3㎡당 1억6000만원으로 경쟁입찰 방식인 만큼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LH는 지난달 30일 입찰 공고를 냈고 다음 달 13일 낙찰자 선정, 22일 계약 체결 순으로 진할 계획이다. 낙찰자는 계약 체결 시 매각대금 전액을 완납하는 조건이며 대금 완납 시 토지 사용이 즉시 가능하다.

이 땅은 40년 넘게 공터로 방치돼 왔다. 1978년 학교용지로 지정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여의도에 더 이상 학교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학교용지로 묶여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 서울시에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했고 2020년에서야 지정 해제되며 개발 족쇄가 풀렸다. 이후 서울시가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발표하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당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8월 해당 부지에 300가구 소형 임대아파트를 짓겠다는 기본 계획안을 내놨다. 부지 인근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국제금융특구라는 여의도의 도시적 특성에 맞지 않는 데다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또 여의도 일대 재건축을 틀어막고 공급이 부족하다며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정부의 논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은 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흐지부지됐다.

LH는 개발이 쉽지 않은 데다 재무구조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결국 여의도 부지를 파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지난해 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부지 외에도 강남구 자곡동 2개 필지와 수도권 사옥 부지 3곳이 매물로 나와 있다.

◇여의도에 5년 만에 대규모 개발 부지···“4000억원 일시 납부 쉽지 않을 것”

업계에선 해당 부지가 2018년 매각된 옛 MBC부지 이후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대규모 부지라는 점에서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MBC가 보유한 부지(1만7795㎡)는 신영컨소시엄(NH투자증권·GS건설·신영)에 3.3㎡당 1억1000만원 수준인 6010억원에 팔렸다. 현재 초고가 주상복합인 ‘브라이튼 여의도’가 들어섰다.

여의도에 개발 기대감이 크다는 점도 업계에서 군침을 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부지는 현재 용도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한다. 용적률은 150~250%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이 최종 확정되면 준주거지역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용적률은 200~500%로 상향된다. 준주거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보다 건물을 2배 높게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매각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액이다. 앞서 해당 부지 바로 옆 여의도동 61-1 부지(8264㎡)는 2021년 6월 3030억원에 팔렸다. 3.3㎡당 1억2100만원 수준이다. 최근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2년 전 매각가보다 1000억원을 더 얹어 사기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용도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관할 지자체가 용도지역 상향을 허용할 경우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다. 앞서 LH가 보유한 성남시 분당 오리사옥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리사옥은 지난 8월 16번째 매각에 나섰지만 높은 감정가로 인해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국제금융지구 계획이 언제 확정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다”며 “또한 4000억원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데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곳이 많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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