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급등에 물류비 상승 압력
유연탄값 인상 시 시멘트값도 불안
“원자재값 추가 상승 시 공사 차질 불가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사업장은 공사 중단을, 여타 분양사업장에서는 고분양가가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팔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도 오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팔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국내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를 자극해 주요 건설자재와 물류비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건축비를 높여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이 공사 원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당장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8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약 8% 올랐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예고하는 등 중동분쟁이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국제유가는 운송비 등 물류비에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정세를 보였던 유연탄 가격도 다시 오름세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연료다. 유연탄 가격이 오를 경우 시멘트 업계가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톤당 96.35달러로 한 달 전(88.25달러)과 비교해 9.2% 상승했다.

시멘트 업계는 이·팔 전쟁에 앞서 일찌감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을 6% 가량 인상했다. 쌍용C&E는 한국건설자재직협의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과 최근 시멘트 공급가를 톤당 11만2000원(6.9%)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도 이레미콘사에 시멘트 가격을 기존보다 7100원(6.8%) 인상된 11만2100원에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업계는 당초 12%대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폭으로 인상을 단행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어려운 건설 시장과 물가 안정 정책 등을 위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멘트업계가 지난해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을 올린 것도 유가상승에 따른 운반비 부담과 유연탄 가격 급등이 원인이 됐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올해 들어 세 차례 상승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기본형 건축비(16~26층,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지상층 기준)를 197만6000원으로 1.7% 인상한다고 고시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 2월 1.1%, 3월 0.9%에 이어 9월 1.7% 오르며 올해만 3.74% 올랐다. 분양가 상승폭도 확대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전월 대비 0.65% 상승한 3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05% 올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공사 중인 현장에서 또다시 공사비 인상분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원가 상승으로 인해 신규 사업 착수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이·팔 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값은 물론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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