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율 가정 일괄 30%→보장성 25% 저축성 35%
저축성 비중 높은 생보사, 건전성 관리 어려워질듯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도입 이후 보험사의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른 해지위험 측정 방식을 금융당국이 일부 바꾸기로 했다. 저축성보험의 해지율 가정을 더 높이고 보장성 보험은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에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킥스 해지위험(대량해지위험)의 해지율 가정을 보장성 보험은 25%, 저축성 보험은 35%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 일괄 30% 가정을 적용하는 것에서 보험 상품의 특성에 따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업계는 연말 기준 킥스 수치를 산출할 때 변경된 안이 적용될 것으로 본다. 

킥스는 경기 변동 혹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 각 위험요인으로 인해 보험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본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급격한 위기로 보험사의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보험금, 해약환급금 등) 중 지급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자본건전성 제도인 킥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분자는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 분모는 보험사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액수로 측정한 규모(요구자본)로 구한다. 

해지위험은 킥스의 분모에 들어가는 한 가지 위험 항목이다. 금융위기 시 고객들이 대규모로 보험 계약을 해지할 때 보험사들의 자본규모가 얼마만큼 줄어들게 되는지를 측정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체 보험사의 고객 중 보험을 깨는 비중이 30%에 가까웠던 것을 근거로 보유 계약의 30%가 일시에 해약된다는 가정 아래 위험액을 산출한다. 

그런데 업계에서 해지 가정을 일괄적으로 30%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쌓인 보험계약 해지 관련 데이터를 보면 보장성 보다 저축성보험의 해지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해약금 환급율이 보장성보험보다 더 높기에 경제 위기 시 해약할 가능성도 더 크다. 특히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저축성 보험 해약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부 사항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측정 방식의 변화로 저축성 보험 비중이 큰 보험사는 해약위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약 위험은 올해 킥스가 도입되면서 처음 산출하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액수가 컸다. 전체 위험액 가운데 해약위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기는 보험사도 다수 발생했다. 보험사들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금리위험에 버금가는 위험 항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생보사들이 해약위험 재보험 상품 가입을 추진하는 것도 해약위험이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생보사 상위 10개사 가운데 저축성보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농협생명이다. 농협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보유계약(일반계정)의 누적금액 가운데 저축성보험(28조90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를 차지했다. 동양생명도 저축성보험 비중이 약 20%를 기록했다. 중소형사 가운데서는 하나생명이 53%를 기록했으며, 푸본현대생명(31%), KDB생명(21%) 등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물론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은 대부분 경과조치를 신청했기에 당장 제도 변경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과조치는 킥스 일부 항목 적용을 10년 간 유예해주기로 한 제도다. 12곳의 생보사가 경과조치를 신청했는데, 이 보험사들 모두 해약위험 측정을 10년 후로 미뤘다. 현재 경과조치를 적용받는 보험사들은 해지위험을 전체 위험액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유예기간 동안 이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에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종신보험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암보험 등 '제3보험' 판매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에서 저축성보험 해약율이 높게 나왔기에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도 제도 변경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라면서 "최종 검토 후 보험업감독시행세칙이 개정되면 변경된 제도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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