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3구역, 현대건설과 사업비·운영비 대여 관련 금전소비대차 협의···내년 상반기 이주
북아현2구역도 공사비 적산 후 내년 3월 관리처분총회 목표

정비업계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다가 기존 시공사와 재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정비업계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다가 기존 시공사와 재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때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던 정비조합이 갈등 봉합과 함께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밟아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시공사 해지 총회 준비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게 된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홍제3구역 조합)은 지난 13일 현대건설과 사업비, 운영비 대여에 관한 금전소비대차 약정 협의를 가졌다.

이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비 대여를 두고 협의를 진행한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 달여 전인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공사비 인상 여파로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 수순에 나섰지만 큰 틀의 합의를 거치며 시공사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조합은 시공사와 3.3㎡ 512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687만원, 올해 898만6400원을 제안받았다. 3년 사이 공사비가 75.5% 인상된 것이다. 이후 양측은 약 1년간 공사비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조합은 대의원회에서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켜 총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총회를 이틀 앞두고 극적으로 갈등 봉합에 성공하면서 양 측은 당초 제시된 평당 898만6400원 보다 낮은 수준으로 의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협의안 중 하나도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조합운영비를 포함한 사업비 추가 대여를 통해 조합의 어려움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내용이었다.

조합은 이달 말 현대건설로부터 사업비를 대여받는 대로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조합 소유 토지 관련 비용을 치뤄 경매를 취하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약 내년 1월까지 본계약 및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6월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도 낮추고, 사업비도 대여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시공사 해임을 준비하던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북아현2구역 조합)도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곳 역시 공사비 인상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조합은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공사도급가계약 해지의 건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시공사인 삼성물산·DL이앤씨가 3.3㎡당 공사비를 748만 원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인하를 위해 한발 물러섬에 따라 공사도급계약 협의 및 공사비 적산을 완료하고, 연내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뒤 내년 3월 경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 때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해지 및 소송전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적으로 양측 모두 부담이 큰 만큼 시공사 교체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급증에 따라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법적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건설사 입장에선 사실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금액은 미비하고, 조합 입장에서는 더 낮은 공사비로 참여할 건설사를 찾기 어려운 만큼 합의로 결정짓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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