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경쟁률 치솟는 중에도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 후분양 단지 미계약분 발생

/ 표=정승아 디자이너
서울에서 최근 분양한 후분양 사업장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후분양 단지가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경쟁률이 세자릿수 가까이 치솟은 서울 청약경쟁률 가운데서도 미계약 물량이 나와 주인을 기다리는 사업장들이 있는데 이들 사업장은 모두 후분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후분양 사업장의 분양가가 선분양 단지보다 비싼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오르는 상황에서 잔금까지의 기간이 촉박하게 설정돼있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더 부각된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미계약세대에 대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401가구 모집에 5626건이 접수돼 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뤄진 경우는 아주 적어서다. 업계에서는 일반분양 771가구 가운데 500~600가구 가량이 미계약 물량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계약 물량이 유독 많은 배경으로는 고분양가가 꼽힌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전용 84㎡가 13억 원 중후반대에 공급됐는데 주변 단지 실거래가보다 동일평형 대비 2억원 가량 비싸 시세차익 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고분양가가 책정된 이유는 해당 사업장이 후분양 단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가 내년 3월이어서 잔금 마련 시점까지의 기간이 일반분양 대비 촉박하다. 게다가 전매제한이 6개월인데 입주예정일이 더 빨리 도래한다는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또 다른 미계약 속출 물량은 내년 12월 입주를 앞둔 호반써밋 개봉이 있다. 지난달 일반분양 190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에 나섰는데 2776명이 몰리며 평균 25.24대 1로 1순위 마감을 이루었지만 당첨자의 38%가 계약을 포기했다. 결국 하루 전인 지난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했고, 72가구 모집에 1072명이 몰려 14.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곳 역시 미계약분이 나온 이유로는 후분양에 따른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전용 84㎡ 기준으로 최고 분양가가 9억9960만원에 달해 발코니 확장비까지 포함하면 10억원이 넘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개봉푸르지오 전용 84㎡가 지난달 26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된 점에 견주어보면 분양가가 시세 대비 2억원 더 높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밖에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중앙하이츠시티 역시 지난달에 이어 이달 중순에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7월 36가구를 분양했지만 본계약 시 15가구, 1차 무순위 청약 시 2가구 소진에 그친 것이다.

후분양 사업장은 골조가 세워진 이후에 분양이 진행되는 만큼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자재 변경 등의 우려가 적다. 또한 부실시공이나 하자 등의 문제가 생길 확률도 선분양에 비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공동주택 하자 문제가 크게 부각된 최근 들어 주택공급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높은 분양가 때문에 선분양 대비 수요층이 주저하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동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후분양은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시기”라며 “금리 등 대외 변수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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