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감, 플랫폼 독과점·가맹본사 갑질 지적···“독과점 심사 지침 범위 축소 문제”
제빵업계 독과점·버거킹 본사 횡포도 거론···“HDC, 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 위반 의혹”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갑질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공정위 직원들이 대기업, 대형로펌으로 유출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검찰에 의해 무력화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통영 LNG 사업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인허가 로비 의혹에 대해선 국감장에 출석한 정몽규 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에서는 정부가 플랫폼 정책으로 제시한 민간 중심,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 과정에서 절차나 과정에 문제가 있단 지적이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규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며 “핵심 쟁점인 표준계약서 작성 관련해 공정위가 회의 전 비공식 미팅을 열고 수수료 문제, 교섭권을 다 빼고 부실한 자율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입점 업체 반대에도 공정위가 밀어붙이자 소상공인 업체들이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자율규제 방안에 입점업체, 소상공인 단체 의견이 무시됐단 비판이다.

최 의원은 “자율규제론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중단시킬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어 법적 규제가 중요하다”고 언급,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자율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법적인 규율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통플랫폼, PB 무기로 독과점 구조 강화···공정위 직원 대형로펌행 우려”

유통 플랫폼이 PB(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브랜드)를 무기로 독과점 구조를 강화하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금 쿠팡이 PB가 수십개가 넘고 직접 경쟁 당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PB 브랜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 혁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플랫폼 운영 당사자가 직접 경쟁에 참여하면 대다수 납품업체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거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는 영업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당초 예고보다 범위가 줄어든 점도 지적했다. 당초 논의되던 심사 범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전반이었으나 제정된 지침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범위가 축소됐다. 

양 의원은 “거대 플랫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초기에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계속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기 때문”이라며 “이 쏠림 효과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등장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제빵업계의 유통 독과점 구조도 지적됐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바게트빵이 프랑스 바게트 빵보다 훨씬 비싸다. 유통 독과점 구조 때문”이라며 “다른 산업의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을 위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빵 산업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문화가 바뀌면서 빵을 많이 먹는데 독과점 구조로 가격이 이렇게 비싼 것은 근본적 문제가 있다. 공정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정위 변호사들이 몸값 부풀리기로 대기업이나 대형로펌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도 제기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위는 사실상 1심 법원의 위상을 갖고 있다. 공정위 판단이 사법당국 판단 전 일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권한도 있고, 그런 자격이 있는 분들을 갖고 있다”며 “공정위 변호사가 2019년만 해도 44명이었으나 올해는 226명으로 줄었다. 소송 건수, 주요 법률 전문가가 참여할 건수가 줄어든 것도 아닌데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의원은 “이들이 대형로펌으로 간단 얘기가 있다. 대형로펌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 로비 수단으로 이분들이 이용되는 위험한 악순환 구조가 될 수도 있다”며 “전문가들이 명예감을 갖고 계속 공정위에서 일할 보완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제도를 갖고 있는데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검찰, 공정위 고발 불기소 처분 문제제기···피프티피프티 사태도 거론

공정위 고발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2018년 SPC 그룹 제빵 계열사의 통행세 거래를 통한 지원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 후 전속고발권을 활용해 고발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공정위는 불기소 항고로 대응했지만 고등검찰청은 또 기각했다. 

박성준 의원은 이 사례를 거론하며 “공정거래 관련 가장 전문성 있는 기관은 공정위인데 타당한 근거를 갖고 고발했는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고 질의했다.

한 위원장이 “1981~2022년 사이 위원회 고발 관련해 불기소율이 22% 정도 된다. 공정위 입장에선 불기소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검찰이 기소 독점으로 공정위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제도적 미비점도 있다. 전속고발권 자체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가요계 파문을 일으켰던 피프티피프티 사태에 대한 연예인-소속사 간 불공정행위 조사 필요성도 제기됐다.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어트렉트는 현재 불공정한 연예인 빼가기로 사업방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52조에는 불공정거래 유형으로 사업활동 방해가 있다.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거래 상대방의 기술 이용, 거래 상대방 인력의 부당 유인 채용 또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돼 있다. 

양정숙 의원은 이 조항을 들며 “피프티피프티 사례에서도 실제 탬퍼링으로 의심되는 다수 행위가 있다”며 “공정위가 나서 사업활동 방해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의원은 또 “예전엔 연예사 표준 계약서가 기획사는 갑, 연예인은 을 구조로만 획일적으로 돼 있는데 실제론 아이돌이 갑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소수 대형 기획사만으론 케이팝이 더 이상 경쟁력 이어나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 회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 통영 사업 인허가 의혹 ‘모르쇠’···“계약서 은행금고 보관 의아” 

이날 국감에서는 기업 관련 증인들이 출석했는데 주된 질의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 집중됐다. HDC는 자회사인 통영에코파워가 LNG 복합화력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미심쩍은 정황이 있단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7월 현대산업개발이 통영 천연가스발전소 건설공사 공동추진 협약서를 개인인 A모 씨와 체결했다. 당시 계약 내용은 통영에코파워가 발주하는 LNG 발전사업 공사계약을 나중에 수주하게 되면 A씨 개인과 현대산업개발이 2대8로 공동 추진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상대방이 개인인 점이 특이하다. 계약상 수주하기 위한 의무, 비용 다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하고 이 개인은 전혀 출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20% 비율을 갖기로 했다”며 “계약 규모가 1조9000억원이다. 20% 3800억원을 개인에게 주기로 약정을 했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해선 “현대산업개발이 당시 발전 사업을 처음 하게 돼 경험이 많은 A씨에게 인허가 관련 업무를 부탁하고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았다”며 “그래서 실제 성공해 6차전력수급 기본 계획 사업자로 선정됐고, 이후 SPC 회사로 통영에코파워를 설립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회장이 “그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잘 모르겠다. 당시 대표이사, 본부장도 퇴직했다”고 하자, 김 의원은 “아니 이 정도도 확인 안 해보고 오셨나. 퇴직했다고 물어볼 수 없나”라며 “(정 회장은) 저한테 여러 사람 통해서 증인 신청 철회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나. 그런 노력할 시간이면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조 단위 공사를 수주하고 허가받으려고 뛰면서 본인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상당수 직원은 그대로 지금 회사에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 안받았다고 이 자리에서 얘기하나”라고 질의했으나, 정 회장은 “보고받은 적도 없고 서명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희곤 의원이 “아래 임직원들이 이런 엄청난 계약서를 자기맘대로 작성해 비밀을 지키기 위해 은행 금고에 보관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정 회장은 “당연히 이사회에 의결을 해야하고 대표이사 회장한테도 보고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한규 의원은 “당사자가 계약서를 나눠 갖지 않기로 했고 10년간 계약이 종결하고 나서도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계약서는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며 “당사자가 달라고 했는데도 소송에도 안 주다가 지난달에서야 계약서를 받았다. 혹 비밀유지 위반으로 현대산업개발이 로펌 통해 문제제기할까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다고 언급, 당시 현산이 해당 내용을 공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보고 모두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한규 의원은 또 “변호사법 위반, 공시 의무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계약서 교부 의무 위반, 구속 조건부 거래 불공정거래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HDC현산 사업장에서 발생한 잇단 재해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광주 학산빌딩 붕괴 사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김포 아파트 단지 부실공사, 고척 아이파크 누수 등을 거론한 김 의원은 “이게 그냥 그냥 단순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주영, 정세영 회장님 정말 존경한다. 그분들이 지금 계시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정 회장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버거킹 가맹점주 수수료 과다 호소···“사모펀드 인수 폐해 심각” 지적 

버거킹 한국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아가는 수수료가 과도하단 가맹점주 호소도 나왔다. 문장헌 버거킹 협의회장은 “글로벌 기업인 미국 버거킹의 경우 로열티, 광고비를 합쳐 8.5% 정도 되는데 한국 버거킹은 로열티, 광고비, 물류 마진, 물류 배송비를 포함해 17.8% 정도”라며 “미국 본사는 자재를 공동구매를 통해 본사에게 물려 마진이 전혀 없으나 한국은 고정비가 높다보니 가맹점주들의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의 영업이익의 상황을 묻는 최종윤 의원 질의엔 “현재 평균 매출이 9000만원 정도 되는데 모 매장의 경우 지난달 약 885만원 적자가 발생했다”며 “많은 가맹점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폐점 매장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문 회장은 “물류 배송비를 부당하게 부과하고 있다. 통상 업계에는 물류 배송비를 받고 있지 않는데 버거킹은 직영점, 가맹점 동일하게 223만원을 받고 있다”며 “A직영점은 일 매출이 1500만원이고 B가맹점은 일 매출이 100만원이라고 했을 때 똑같이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종윤 의원은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면 이익을 극대화해 다시 매각하려다보니 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속성상 잘 팔려면 재무 실적이 좋아야 하기에 가맹점주를 짜고 있다”며 당국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사모펀드, 가맹사업과 관련해 이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 그로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선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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