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0건 돌파, 7년 만에 최고 수준
유찰 매물 쌓이고 신규 물건 대거 유입
“대출 규제·고금리 장기화로 매물 더 늘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 물건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달 200건을 돌파하며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찰된 매물이 쌓이고 있는 데다 고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한 아파트가 경매로 대거 넘어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경매 물건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시군별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234건이다. 전월 194건 대비 21%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였던 2016년 6월(236건)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9월까지 매월 두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10월 107건으로 100건을 넘어선 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선 1월 125건을 기록한 뒤 8월 194건에 이어 지난달엔 200건을 돌파했다. 경매 진행 건수가 늘어나는 건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이 쌓이고 고금리 대출 부담으로 경매로 넘어오는 아파트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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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진행 건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낙찰률은 감소했다.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물건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31.5%로 지난달(34.2%) 보다 떨어졌다. 물건이 늘었어도 경매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다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낙찰가율 100% 이상인 곳이 나오고 있어 평균 낙찰가율을 높였다.

업계에선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3%로 나타났다. 1년 전(0.12%)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 후 최초 경매 진행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됐다는 점도 경매 물건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로 ‘일반형’(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대상)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중단했다. 일시적 2주택자도 특례보금자리론 이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도 없앴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에선 치솟는 대출금리도 변수다. 지난달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27~7.099%를 기록해 아홉 달 만에 최고금리가 7%를 넘어섰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해 정점을 찍으며 무리하게 집을 샀던 주택 보유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며 “여기에 연이은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버티던 매물들이 매수자를 찾지 못해 경매로 대거 넘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대체 주거 수단 역할을 해온 주거용 오피스텔 물건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 진행 건수는 지난달 14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2006년 5월(17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달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908건으로 전월(1095건)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빌라 경매가 900~1000건대를 유지하는 건 2006년 8월(1062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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