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디지털비용 18만원···통신비 비중감소, 콘텐츠요금·디지털기기 비용 급증
정부 “가계통신비 재정립 필요성 공감···중저가 단말도 확대할 것”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과 교수가 20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데이터로 보는 가계통신비 시사점 및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과 교수가 20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데이터로 보는 가계통신비 시사점 및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통신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을 연동한 현행 가계통신비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료와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기기 구매비가 포함된 ‘가계디지털비’로 재정립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 기기 사용과 디지털 콘텐츠 이용이 늘어나는 소비 행태를 제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단 이유에서다. 가계통신비 상승은 ‘통신서비스 요금’이 아닌 ‘고가 단말기 위주의 시장 구조’ 탓이란 지적도 나왔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데이터로 보는 가계통신비 시사점 및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통계청의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비 지출 항목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오락·문화(6.9%), 음식·숙박(14.3%), 주거·수도·광열(13.7%), 교통(12%), 식료품·비주류음료(13.4%) 등과 비교해 낮다. 반면 지난해 5월 기준 5G 휴대폰 12개의 평균 출고가가 115만원(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을 웃도는 등 단말기 가격 인상으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과 통신요금을 연동한 현행 ‘가계통신비’를 분리·고지해야 한다는 ‘분리공시제’ 논의도 활발하다.

디지털비용 추이 / 자료 = 곽정호 교수
디지털비용 추이 / 자료 = 곽정호 교수

◇ “현행 가계통신비, 통신에만 초점맞춰 디지털 시대 변화 흐름 반영 못해”

이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 가계통신비는 통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급격히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 비용, 디지털 기기 관련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의 발전 등을 고려해 기존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재정립하는 등 전반적인 가계디지털비용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란 주장이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과 교수는 “통신기술이 진화 발전하면서 이용자의 통신 소비 형태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했다. 또한, 이와 함께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콘텐츠의 사용이 증가했다. 이런 디지털 시대의 변화 흐름 등을 고려한 가계 지출 정량적, 구체적 변화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 교수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비용 추이를 확인한 결과, 디지털 기기, 서비스 활용 등에 따른 지난해 디지털 비용은 약 17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는 약 4만9000원, 디지털 콘텐츠는 약 2만2000원이다.

스마트폰이 본격화한 2011년 이후 디지털 비용은 약 16%(2만4101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통신이용료는 9만4881원에서 8만2103원으로 약 20% 감소했으며, 디지털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콘텐츠 이용료는 약 8배 증가했으며, 디지털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12.5%로 약 7배 늘었다. 또 디지털기기 관련 비용은 약 160% 증가했으며, 디지털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곽 교수는 “전체적으로 가계의 디지털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콘텐츠, 방송, 디지털기기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좁은 통신비 대책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반적인 가계 디지털비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 통계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증가하고 있는 단말 및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2019년 통계청은 UN 개정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통계 분류를 합리적으로 개정하면서 2020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행이 지속적으로 연기 중이다. 조속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데이터로 보는 가계통신비 시사점 및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데이터로 보는 가계통신비 시사점 및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고가 스마트폰, 가계통신비 상승 주범”···정부, 중저가 단말 확대 협의 중

아울러 이날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계통신비 상승은 스마트폰 등 ‘통신장비’ 비용 증가가 원인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통계실장은 “국내 가계의 단말 지출 금액이 해외 대비 최대 5배까지 높단 점은 고가 단말 문제가 우리나라에 더욱 두드러진 문제란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고가 단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중저가 단말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과 구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고가 단말의 출고가를 바탕으로 국내 가격이 해외 대비 저렴하단 주장이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고가 단말의 출고가가 아닌 중저가 단말의 부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그간 통신비 인하를 중심으로 가계 지출 경감 방안이 모색되고 요구됐지만, 이번 연구와 분석을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급격히 증가하는 디지털 기기 및 콘텐츠 비용을 포괄하는 가계 디지털 비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재정립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 자급제 단말 시장 확대와 중저가 단말 출시 확대를 위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정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가계통신비를 재정립해야 한단 취지에 공감한다. 가계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의 저변엔 OTT 등 콘텐츠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여전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동전화 통신요금 부담이다. 정부가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신사와 협의해 청년, 노년층에 혜택을 주는 요금제 출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가계통신비 지출 분류에서도 22~23%가 단말기 구입 비용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중저가 단말 출시가 줄고 있단 데 문제의식이 있다. 다양한 중저가 단말이 출시돼 중저가 요금뿐 아니라 단말에 대한 이용자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자급제 단말 이용률이 27% 정도로 크게 늘었다. 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단말기 구입부담 측면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취약계층 관점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수요를 고려해 보편바우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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