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근 대표 차남 윤종욱 대표, 31일자 사임···일성신약은 공시 외 묵묵부답 
3년 연속 적자 후 작년 13억원 흑자 전환···상반기 다시 57억원 적자, 매출은 증가 추세
윤 대표 장남·차남·동생 3명 회사 근무···“가족기업 이미지도 대표 사임과 무관치 않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67세인 윤석근 일성신약 회장이 단독대표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반면 그의 차남은 대표에서 사임했다. 최근 수년간 일성신약이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매출이 일부 호전된 시점의 갑작스러운 대표 사임이어서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성신약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경영 측면과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성신약은 지난 31일 기존 윤석근·윤종욱 대표이사 체제를 윤석근 단독대표이사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일성신약은 윤종욱 대표이사가 사임했으며 대표 변경 이외 이사회 구성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통상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대표 사임 등 민감한 사안이 사전 흘러나오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과천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등 향후 매출 증대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본격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표 사임에 대해 예상 외의 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옥 이전을 마무리했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호전돼 오너 3세 중심 경영권 승계를 예상한 시점에서 그 반대 발표가 나오니 어리둥절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2세 윤석근 대표는 1956년생으로 67세다. 시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표이사 자리를 오너 3세에게 물려주고 2선으로 물러나 있어도 큰 무리수가 없는 연배다. 반면 이번에 물러난 윤종욱 전 대표는 1986년생으로 37세다. 여기에 공교롭게 일성신약 창업주인 고(故) 윤병강 회장의 별세 1주년이 되는 9월 1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대표 사임이 발표된 것은 제약업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만한 일로 판단된다. 이에 대표 사임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일성신약에 연락을 취했지만 마케팅팀 소속 홍보 담당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제약업계가 대표 사임 배경으로 분석하는 내용은 일단 회사 경영과 관련됐거나 집안 내부 사정 등 두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다. 우선 지난 2019년 1월 일성신약 대표이사에 선임된 윤 전 대표는 4년 8개월 동안 활동했다. 고 윤 회장 손자이자 윤 대표 차남인 그는 미국 뉴욕 소재 페이스대학 금융학과를 졸업한 후 2015년 입사, 기획 업무를 담당해왔다. 제약업계에 윤 전 대표와 관련돼 알려진 내용은 제한적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윤 전 대표가 경영권을 맡은 이후 일성신약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수치로서 확인된다. 지난 2018년까지 영업흑자를 달성했던 일성신약은 2019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13억원, 2020년 –19억원, 2021년 –18억원으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보인 후 지난해는 13억원 흑자로 전환되며 적자 스트레스에서 일단 벗어났다. 이같은 3년 연속 영업적자 책임을 윤 전 대표에게 묻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5년 입사해 경력 4년인 31세 젊은이를 대표에 임명한 것이 일부 무리하다는 지적이 당시 있었다”라며 “3년간 영업적자는 일부 라이센스 품목 계약 종료와 코로나19 여파이지 윤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일성신약 매출은 증대되는 분위기다. 상반기 매출은 380억원으로 전년대비 35.0% 성장했다. 지난해 달성한 612억원도 전년대비 45.5% 증가한 실적이었다. 단, 상반기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하면서 11억원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적자 폭이 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경험한 회사가 수치에 민감한 상황에서 50억원 넘는 적자를 보인 것이 하나의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영업실적 부진과 함께 집안 사정 등 다른 요인을 지적하는 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윤 대표 장남과 차남이 모두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과 여러 복합적 요인이 내재해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 대표 장남이며 윤 전 대표 형인 윤종호 상무도 일성신약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3년생인 그는 경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2011년 입사, 그동안 일반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윤 대표 역시 고 윤 회장 4남 2녀 중 차남이다. 여기에 윤 대표 동생인 윤덕근 전무는 생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는 윤씨 성을 가진 임원 숫자가 줄었지만 여전히 가족경영 이미지가 일성신약에 남아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수혈, 지난해 영업흑자를 달성했는데 아직도 업계는 일성신약을 가족기업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대표 사임도 이같은 이미지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 경영실적이 우수하면 가족기업 이미지가 묻히고 문제가 없지만 실적이 부진하면 좁은 업계에서 말이 나오게 된다”며 “공시를 기준으로 하면 윤 대표 장남 등 3명이 근무하고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가족기업 이미지가 일부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성신약에 일부 남아 있는 가족 중시 경향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인은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 서울제약에서 활동했던 김정호 전 사장은 일성신약 대표 자리를 받지 못했다. GC녹십자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김병화 씨도 일성신약에서 부회장으로만 일하고 있다. 윤 대표와 윤 전 대표 퍼스낼리티도 복합적 요인의 하나로 업계에 알려졌다. 일성신약 퇴직자는 “윤 대표는 윤 전 대표에게 권한을 적게 줬고 이에 윤 전 대표도 흥미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윤석근 일성신약 회장이 단독대표로 나선 것은 지난해 일군 영업흑자가 다시 적자로 전환될 위기에 처한 상황과 회사의 여러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윤 대표가 지난해 영업흑자로 전환한 경험과 노하우, 저력이 있기 때문에 경영실적을 호전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상반기 실적을 윤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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