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5km 행진 집회···“고용불안 책임져라”
카카오, 지난달 1차 집회 후 무대응···“성실히 협의할 것”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직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직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들의 잇따른 희망퇴직에 따른 고용불안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2차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말 1차 집단행동 이후에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 사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들은 이날 집회 후 회사에 백상엽 전 대표 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직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본격화할 단체협약의 교섭을 통해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파업과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한 문제 제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17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판교광장에서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1차 집회 이후 카카오 창업자인 김 센터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지만, 사측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추가 집회에 나섰다. 당시 현장엔 3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카카오 창업자인 김 센터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규탄했다.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노조분회장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네오위즈 앞(엑스엘게임즈 사옥)에서 '차별', '고용불안', '권고사직' 등 단어가 적힌 상자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김용수 기자

◇ 엑스엘게임즈, 희망퇴직 공지에 ‘권고사직’ 언급

이날 노조 추산 약 300명(경찰 추산 200명)의 조합원들은 ‘카카오아지트 앞 판교 광장→네오위즈 앞(엑스엘게임즈 사옥)→H스퀘어 앞(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옥)’ 등 약 1.5km를 행진하며 “무책임 경영·회전문 인사, 김범수는 사과하라”, “경영실패 책임 떠넘기지 말고 고용안정 책임져라”, “일방적 리더십 이제 그만, 탐욕적 경영 그만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이 무책임한 희망퇴직 등으로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1일부터 2주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은 신청자에 한하는 것이지만, 회사가 “희망퇴직 규모에 따라 권고사직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내공지에 포함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커지고 있단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노조분회장은 “CEO는 타운홀 미팅에서 몇 년 만에 회사가 분기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했고, 그 이후 회사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구조조정이었다”며 “희망퇴직은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회사는 희망퇴직 규모에 따라 권고사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여전히 고용불안을 느끼며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김용수 기자

◇ 카카오노조 “백 전 대표 고문계약, 도의적으로 적절치 않아”

노조는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CEO직에서 내려온 이후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보수를 받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2021년 주식시장 상장 후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퇴임 후 고문으로 위촉돼 비판을 받았음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하고 있단 것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무실엔 물밖에 없다. 비용절감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는데, 백 전 대표가 고문계약료를 계속 받는단 것은 도의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아무 메시지 없이 본인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고용불안의 핵심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류 전 대표의) 카카오페이 고문 계약 당시 사회적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음에도 문제가 재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희망퇴직 규모 등에 대한 명확한 발표 없이 해보고 판단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희망퇴직이) 경영계획의 일환인지 유행처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달리 적자가 누적되지 않은 곳까지 희망퇴직을 얘기하는 곳이 있어서, 경영 정상화 조치의 일환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단체행동 종료 후 노조는 이번주 중 이사회에 백 전 대표 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센터장의 임직원에 대한 사과도 촉구했다. 노조는 다음달 본격화할 단체협약 교섭에서 이같은 내용을 재차 요구할 예정이다. 사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파업 등 단체 행동과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한 문제 제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서 지회장은 “단체협약 관련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달 초까지로 기한을 보고 있는데, 이번 요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섭을 통해 요구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단체협약이 결렬되면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제기를 이어나갈 가능성에 대해선 “기존에도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관련 이슈가 지속돼서 어느 정도 대응은 하고 있었다”며 “(올해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1차 집회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했지만, 회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간 들려온 소식은 김범수 센터장이 국립오페라단 이사장을 맡는단 것과 ‘브라이언 펠로우(옛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를 모집한단 것”이라며 “회사에 불만은 커지고 있는데, 대외적인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모습에 참담함을 감출 수가 없다. 김 센터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집회와 관련, “열린 자세로 성실히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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