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약 1만 가구 집들이···강남·서초 집중
대단지 입주 ‘급전세’ 속출···주변 전셋값 영향 불가피
“대기 수요 많고, 내년 입주 적어···약세장 일시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하반기 대규모 입주를 앞둔 서울 전세 시장에 우려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1만 가구 입주가 몰린 강남권에선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강남권은 여전히 대기수요가 많은 데다 내년에 입주 예정 물량이 없어 전세 시장 약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670가구다. 이 중 강남권 물량은 9682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대부분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돼 있다. 입주단지가 각각 1곳뿐이라는 점에서 대단지 입주라는 특성을 띈다.

입주를 먼저 시작하는 곳은 서초구다. 서초구 반포동에선 다음 달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한다.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23개 동, 2990가구 규모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입주하는 건 지난 2021년 6월 ‘서초그랑자이’(1446가구) 이후 2년 만이다. 서초구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단지가 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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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원베일리 입주가 임박하면서 전세 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당 단지의 전세 매물은 1406건으로 집계됐다. 서초구 전체 물량 4530건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래미안원베일리의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서초구 전체 전세 매물 건수는 석 달 전보다 10.4% 증가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셋값도 약세다. 래미안원베일리의 전용면적 84㎡ 기준 최저 호가는 12억원까지 나왔다. 바로 옆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의 같은 크기 전셋값이 14억~1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억~3억원 가량 낮은 금액이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전셋값도 13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시장에선 입주 예정 신축의 전세가격 하방이 뚫리면서 인근 기축 아파트들도 덩달아 전셋값이 내리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입주를 시작하고 2~3개월 동안 잔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급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수요자들도 가격이 낮은 매물을 먼저 찾다 보니 인근 단지 전셋값도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퍼스티지에선 이미 호가를 낮춘 매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에선 11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집들이에 나선다. 입주 예정 물량은 6702가구다. 올해 3월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의 2배 수준으로 주변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앞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역시 입주 당시 매물이 늘면서 전용 59㎡ 전셋값이 6억원대까지 하락했다. 주변 시세 대비 4억원 가량 낮은 금액으로 당시 인근 단지 전셋값도 비슷한 가격대로 떨어졌다.

다만 시장에선 강남권 일대 전셋값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권의 경우 여전히 대기수요가 많은 데다 최근 매매·전세 시장이 강보합세로 돌아선 만큼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2018년 12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도 입주 당시 단기간 전셋값이 하락하긴 했지만 입주가 끝난 뒤 송파구 평균 전셋값은 곧장 반등했다.

여기에 내년 강남권 입주 물량이 600여가구에 그친다는 점도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규모 단지 입주로 전세 매물이 늘면서 강남권 위주로 전세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며 “다만 내년엔 강남구와 서초구에 입주 예정 물량이 없고, 송파구도 655가구에 불과해 전셋값 약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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