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안전성 비중 낮추자 아시아선수촌·광장극동·월계시영 등 대장단지 통과 잇따라

재건축 추진중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재건축 추진중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의 각 자치구별 대장주 재건축 추진단지가 잇따라 안전진단에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 첫 발 떼기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율을 높인 후 재건축이 무산된 일부 단지도 재수에 나서며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사례도 있다. 올해 초 정부가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이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점수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세워진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1356가구)는 이달 중순 안전진단에서 D등급으로 조건부 판정과 함께 재건축이 확정됐다. 이 단지는 지난 2019년에도 안전진단을 신청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고배를 마시고 약 4년 만의 재도전에 성공한 케이스다.

앞서 정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해오던 것과 달리 자치구에서 검토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곧바로 재건축이 확정되도록 조건을 완화한 바 있다. 송파구는 이에 자문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가 불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과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에 이어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 대단지 3인방 모두 재건축의 출발점에 나란히 서게 됐다.

안전진단 재수에 성공한 것은 아시아선수촌 뿐만이 아니다. 광진구 광장극동아파트 역시 과거 적정성 검토에서 유지보수(C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안전진단 통과에 실패했다가 올해 다시 재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이달 중순 안전진단에 통과하며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단지는 1차는 1985년에 448가구, 2차는 1989년에 896가구 규모로 입주가 이뤄졌으며 한강변에 위치해 광진구 내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32개 동, 총 3930가구로 이루어진 서울 강북권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월계동 시영아파트, 일명 미·미·삼(미성, 미륭, 삼호3차)도 이달 중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2021년 1차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지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월계시영과 인접한 삼호4차 아파트 역시 정밀안전진단을 E등급으로 통과해 재건축을 확정한 바 있어 이 일대는 재건축 추진 기대감에 해당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도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7건 수준이었던 노원구 아파트 매매량은 5개월 뒤인 올해 5월 기준 4배 이상 급증한 232건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도 아직 집계가 끝난 게 아니어서 더 증가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늘어나면서 추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 재건축을 확정한 아시아선수촌, 광장극동, 미·미·삼 아파트 규모만 현재 기준 7500가구가 넘고, 올해 들어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총 40곳으로 총 6만5000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 3년 평균 서울 입주 가구수(4만5500가구)를 넘어선 규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 비중이 높아져 과거 안전진단에서 탈락하고 재도전하는 단지들 대부분이 재도전하며 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진단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주 문제나 전세가 상승 등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사업 완료 시점은 단지 규모별, 조합별로 차이가 나야 시장에 혼란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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