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공공분양 9억원 육박···‘부모 찬스’ 없이 도전하기 어려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 부지 공공분양 아파트가 지난 19일부터 사전청약을 시작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더블 역세권 입지임에도 시세보다 5억원 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강조돼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부터 무주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분양가를 보면 ‘부모 찬스’ 없인 청약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정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 8억7225만원이다. 공공분양 단지 치고는 꽤 높은 가격이다. 이번 사전 청약을 통해 함께 공급하는 남양주 왕숙, 안양 매곡 부지 분양가가 3억~4억원대로 형성된 것과 비교해도 무려 2배 이상 높다. 

분양가는 최근 서울에서 공급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해 봐도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이달 분양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가재울 아이파크’ 전용 59㎡ 최고가가 8억8280만원이고 지난 2월 분양한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같은 평수 최고가가 8억6900만원이다. 

고분양가가 책정된 배경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 분양’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주변 시세를 고려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전용 59㎡ 시세가 13억원으로 당첨만 되면 4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더군다나 수방사의 부지는 정부 소유다. LH가 부지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소유한 상태로 개발하는 ‘위탁개발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국토부가 사업 시행자로서 땅을 소유한 채로 운영권만 LH에 주는 것이다. 분양을 마치고 나서 발생한 사업 이익은 모두 국방부로 귀속된다. 

토지 매입 비용이 없음에도 다른 공공분양보다 2배 이상 비싼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고덕강일지구3단지의 경우  분양가 전용 49㎡ 기준 4억원에 책정됐다. 토지값이 제외된 금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방사 공공분양은 땅값이 포함된 수준이다. 정부가 공공분양을 발미로 땅장사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1월 ‘공공분양주택 정책 뉴홈’을 발표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취지에 대해선 “청년과 서민 등 정책 수요자들에게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로운 솔루션은 커녕 실망감만 키울 수밖에 없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줄 진정한 공공분양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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