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에 김앤장 대표 친인척···2019년 배임수재 등 사건 맡아
조 회장 “구속수감 중 변호사 통해 회사와 의사소통···업무처리 실비 보전 성격”
검찰 ‘횡령 공범’ 의율 법리 검토···박찬운 교수 “횡령 수익자 아닌 적극적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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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하아무개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는 과거 조 회장의 배임수재 사건을 맡은 변호인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과거 수감생활 중 하 변호사를 통해 회사 업무를 처리했고 실비 보전 차원에서 법인카드를 건넸기에 참작할 대목이 있다는 입장이다. 17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하 변호사는 2017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회장의 특경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조 회장과 하 변호사의 관계를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의 횡령부분 범죄사실을 설명하며 “하 변호사는 조 회장이 2019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됐을 때 1심까지 변호인을 담당한 변호사이자 친구”라며 “2020년 3월, 즉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된 직후 하 변호사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해 사용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카드를 이용해 자신 및 가족들의 식사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며 “(피고인은) 카드대금 약 8300만원을 피해자 회사의 자금으로 대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다른 한국타이어 법인카드를 쓴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에 대해선 “피고인은 2017년 친구인 장인우에게 ‘카드를 빌려주면 사용한 후 갚아야 할 카드값을 내 회사 법인카드를 네(장인우)가 차지하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갚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2017년 6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친구인 장인우로부터 장인우 개인 명의 카드를 건네받아 사용했다”며 “이후 장인우에게 피해자(한국타이어) 법인카드 5개를 전달해 사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결국 장인우가 약 5년에 걸쳐 사용한 법인카드 대금 약 2억5800만원을 피해자 회사 자금으로 대납하도록 해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부연했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과 관련된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구속수감 당시 하 변호사를 통해 조양래 명예회장, 이수일 대표와 의사결정 사안을 논의했다”며 “(법인카드 교부는) 하 변호사의 업무처리에 따른 실비 보전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식 자문 계약을 거치지 않고 카드를 사용하게 한 부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인우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선 “교부한 카드를 회수하지 않고 방치한 잘못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법인카드를 지인들에게 배부해 사용하도록 한 횡령 혐의와 또다른 횡령 혐의인 이사비용을 처리 관련 범죄사실은 시기와 발생 경위, 행위 태양 등이 달라 포괄일죄로 볼 수 없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5억원 이상의 특정재산범죄는 가중처벌된다.

검찰은 현재 추가 수사 중인 조 회장과 우암건설의 부당거래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며 하 변호사와 장 대표의 기소 여부를 함께 판단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달 중 조 회장을 추가기소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검찰은 두 사람이 횡령금의 수익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 장 대표의 경우 자신이 조 회장에게 빌려준 개인카드 사용금을 한국타이어 법인카드로 대응해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들이 한국타이어 법인카드임을 인식하고 사용했다면 횡령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당하게 사용된 법인카드로 매출을 올린 식당 주인 등은 횡령의 수익자로 볼 수 있지만 처벌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법인카드를 받아 수년간 사용했다면 단순한 수익자라기보다 경영자의 횡령 등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범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품위 유지 위반 등 변호사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단순히 사교적 목적으로 보기엔 금액이 적지 않아 보인다. 변호사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검사장이 변호사법에 근거해 징계 개시를 청구한다면 대한변협이 징계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제97조의2 1항은 ‘지방검찰청검사장은 범죄수사 등 검찰 업무의 수행 중 변호사에게 제91조에 따른 징계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에게 그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변호사 징계사유는 ▲변호사법을 위반하거나 ▲회칙을 위반한 경우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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