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신청으로 원금 6억원 줄었지만···이 기간 이자만 87억 늘어
배상액 2857억→2851억원 정정···이자 발생 ‘기산일’ 정정은 없어
법무부, 결정 취소신청 등 후속조치 예고···패소 시 이자 더 늘어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정부 사이의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금 정정 절차로 줄어든 원금보다 이자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정정된 결정문을 바탕으로 취소신청 등 후속 조치를 예고한 상태로, 패소 시 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법무부가 공개한 정정결정문 원본에 따르면, 정정 판정부는 우리 정부 측 정정 신청을 받아들여 배상금을 2억1650만 달러에서 2억1601만8682달러(약 2851억원)로 수정했다. 이로써 배상금 중 48만1318달러(약 6억3534만원)가 감액됐다.

그러나 정정판정부는 손해배상 이자 발생 ‘기산일’에 대한 정정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정정판정문 49항에 따르면, 손해배상 이자는 애초 판정문대로 2011년 12월3일부터 발생한다. 우리 정부가 원금 정정 절차를 거치는 지난 9개월 동안 이자가 추가로 늘어난 셈이다. 2011년 12월3일은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최종 매매 계약 시점이다. 애초 판정문은 ‘이 시점부터 배상금을 모두 갚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따른 이자도 지급하라’고 했다.

법무부
법무부가 공개한 론스타 정정 판정문 중 일부. 원금 정정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이자는 애초 본 판정문대로 2011년 12월3일부터 발생한다고 판정했다. / 출처=법무부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불어난 이자는 87억원에 달한다. 그는 “정정된 원금 2억1601만8682달러에 2011년 12월3일부터 미국채 1개월물 금리 복리로 이자 계산하면 판정문 선고일인 2022년 8월31일부터 2023년 5월까지의 이자총액은 662만5541달러”라며 “환율 1320원을 기준으로 총 87억2800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또 론스타 판정의 손해발생일인 2011년 12월3일부터 2023년 5월까지의 이자 총액은 777만8139달러로 전체 이자는 총 100억원(102억6714만원)이 넘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1년 당시 금리는 매우 낮은 상황이었으나 정정 신청 기간 미국의 금리가 높아 이자가 급등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원금 감액보다 이자 증액이 크다는 지적에 법무부는 “취소신청이 ‘인용’되면 정부의 배상금 원금과 이자 지급 의무는 소멸하게 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시사저널e는 인용이 아닌 ‘기각’시 발생하게 될 이자에 대해 재차 질의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 정부가 진행할 판정 취소 절차다. 법무부는 배상명령 취소신청 등 후속절차를 예고하고 있으나 판정이 무효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ISDS 중재 무효 취소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제비교법연구소(BIICL)의 2021년 ICSID 판정 무효 보고서에 따르면 ICISD 판정 총 355건 중 전부 무효 판정을 받은 사례는 6건(1.6%)에 불과했다.

또 판정 무효 절차가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닌 기존 판정의 절차적 하자 등 ‘흠결을 따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용 가능성을 낮춘다. ICSID협정상 취소 사유는 5가지로 ▲판정부의 구성이 잘못됐거나 ▲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한 경우 ▲부패행위 ▲재판 절차에서 규정을 위반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한정적이다.

우리 정부는 소송전략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취소신청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6억원의 원금 정정을 ‘판정의 결함’으로 언급하며 향후 예정된 취소신청 절차에서 유리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할 뿐이다. 

송 변호사는 “법무부는 판정무효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막대한 이자 부담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무효 신청을 하려면 판정문 전문을 우선 공개해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무부 측은 보도 이후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사에서 인용되는 취소사건 인용비율 1.6%는 취소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까지 모수로 포함시켜 산정한 잘못된 비율로, 실제 취소신청의 인용비율은 약 18.7%(2022년 2분기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취소신청을 적극 검토 중이다”며 “취소신청이 인용되면 기존에 부과된 배상원금과 이자는 전부 소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자체분석, 외부전문가 자문 및 정부대리로펌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합리적인 취소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이번 정정신청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취소신청 등 후속조치 과정에 철저히 임하여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한 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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