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전후 선순위 근저당·세금 완납 확인해야
‘보증금 전액 보호’ 보증보험 가능한 집 찾기

#지난달 전세 사기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대 청년은 인천 남동공단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8월 6800만원을 주고 전셋집을 마련했다. 2년 뒤인 2021년 집주인은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보증금이 최우선변제금 적용 범위(8000만원 이하)를 벗어나 청년은 단 한 푼도 배당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2020년 10월 31일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금을 5% 이내에서 올려주고 임대 기간을 2년 연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천 건축왕과 연계한 부동산 업자는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 청년처럼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을 겨냥한 전세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세 수요자들도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사저널e는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과 예방 방법을 정리했다.

◇전세사기 대표 유형 ‘동시진행’

전세 사기 중 가장 많은 사례는 ‘동시진행’이다. 동시진행은 먼저 건축주가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낸다. 이후 민간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주택 가치를 뻥튀기해서 감정가의 150% 수준에 전세를 놓는다. 세입자는 신축, 최신식 옵션, 대출이자 지원 등 분양업자의 말에 혹해 계약하게 된다. 이후 분양업자는 수수료를 챙기고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같은 ‘무갭’으로 주택 명의를 바지사장 에게 넘긴다. 분양업자, 바지사장에게 수수료를 주고 남은 전세금은 건축주가 챙기는 구조다.

동시진행 구조. / 사진=김지윤 PD
동시진행 구조. / 사진=김지윤 PD

문제는 신축 빌라의 경우 아파트처럼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지사장의 빚이 늘거나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돌려줄 수 없는 보증금은 급격하게 불어난다. 최근 전세 사기처럼 어느 순간 폭탄처럼 터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하락장에서는 세입자가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다면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배당순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배당순위다. 자신의 배당 순위가 선순위냐 후순위냐가 중하다. 전세 계약이 대출보다 앞선 선순위 임차인으로 배당순위가 빠르다면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본인이 낙찰받는 방법이 있어서다. 보통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을 떠안아야 하는 물건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있지 않는 이상 아무도 낙찰받지 않는다. 피해가 없을 순 없겠지만 다른 피해자들보단 나은 편이다.

최우선변제금 적용 사례. / 사진=김지윤 PD
최우선변제금 예시. / 사진=김지윤 PD

후순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증금이 최우선변제금 적용 범위에 있다면 일부라도 배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많다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 대출을 최대한 받은 상황으로 후순위 배당금이 아주 적은 편이다. 지난달 숨진 30대 여성의 경우 2019년 72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하고 2021년에 9000만원에 재계약 했다. 재계약 당시 기준 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였다면 경매 시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배당받을 수 있었지만 1000만원이 많은 탓에 9000만원 모두를 잃게 됐다.

전세사기 수법. / 사진=김지윤 PD
 전입신고, 확정일자 효력 발생 시기. / 사진=김지윤 PD

일부 피해자는 소유자의 담보대출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했으나 계약 직후(당일) 소유자가 대출을 받으면서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다음날 자정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이용한 사기 수법에 당한 것이다. 전세가기가 의심된다면 즉시 가까운 지자체 전세사기피해상담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정부 전세사기 대책 쏟아냈지만···피해자들 반발 여전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커지며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 대책으로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 조치 ▲금융기관이 제3자에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 유예 ▲경매 낙찰시 무주택자 인정 ▲거주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저리 대출과 충분한 거치 기간 적용 ▲집을 잃게 된 피해자들에게 전세자금·주택구입자금 대출 등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현재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경매 일시 유예’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경매가 연기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피해를 복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순위의 경우 낙찰받는다고 해도 배당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피해는 똑같다.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 대금을 일부 지원해 매입하는 공공매입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금액이 천문학적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전세계약 전후 선순위 근저당·세금 완납 증명서 확인해야 

계약 전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도 많다. 보증금 대부분이 최우선변제금 범위에 속하는 월세와 달리 전세는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위험성이 크다. 어렵지 않으니 최소한 등기부등본 정도는 볼 수 있도록 검색해 본 뒤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 확인. / 사진=김지윤 PD
선순위 근저당 확인. / 사진=김지윤 PD

계약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선순위 근저당’이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면 내가 전세를 얻으려는 집의 소유주가 이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물건은 저렴한 편이다. 근저당+전세금이 시세보다 다소 낮은 경우 계약해도 되지만 이 경우 향후 시세 하락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약사항에 ‘전세금으로 대출금 완납, 계약 당일 대출 발생시 거래 취소’ 등의 특약을 넣고 계약 다음날 등기부등본을 한번 더 발급해 살펴보는 것도 좋다.

‘국세, 지방세 완납 증명원’도 확인해야 한다. 세입자가 선순위라도 소유주가 체납한 세금이 있다면 향후 경매 시 배당금에서 먼저 차감된다. 이른바 ‘빌라왕’의 경우 세금 체납액이 60억 원을 넘다 보니 경매가 완료돼도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어 논란이 됐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에게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증명원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보증보험’ 역시 고려해야 한다. 전입, 확정일자 외에 보증보험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향후 경매에 넘어가거나 소유자가 보증금을 내주지 않더라도 보험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1억5000만원이고 대출 1억원에 내 돈 5000만원을 넣었다면 보증보험이 보장해주는 금액은 1억5000만원이다. 따라서 집을 알아 볼 때 보증보험 신청 가능 여부 확인은 필수다.

◇전세보증금 인상 시 등기부등본 살펴야

계약 후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전세→근저당 발생→보증금 증액’시 후순위로 대항력을 상실할 수 있다. 경매에 넘어가면 담보대출보다 먼저 살고 있었다고 해도 낙찰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소유자가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면 등기부등본을 꼭 확인해야 한다. ‘보증금+근저당’ 총액을 계산했을 때 향후 문제 될 소지가 있다면 보증금 대신 월세를 증액하는 방향도 괜찮다.

전세보증금 인상 시 등기부등본 확인. / 사진=김지윤 PD
전세보증금 인상 시 등기부등본 확인. / 사진=김지윤 PD

경매로 넘어갔을 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배당금을 얼마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대항력 있는 선순위의 경우 가능한 임차인이 낙찰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선 ▲신분증 진위 확인 및 실소유권자와 직접 만나서 계약하기 ▲근저당 금액이 매매가의 20% 초과 시 계약하지 않기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미뤄달라고 유구할 시 의심하기 ▲계약 전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불법적인 용도변경이 있는지 확인 ▲전세 대출이 안 된다고 해도 대출이 나오는 물건인지 확인해 보기 ▲주변 전세시세 외 매매시세도 꼭 같이 확인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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