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불모지' 폴란드 공략···신한·우리은행 이어 세 번째 진출
기존 유럽 금융 중심지는 런던, 브렉시트로 한계 드러내
폴란드, 한국 기업 진출 활발···전기차 배터리 생산 허브로 부상
기업은행 자회사 해외법인 흑자 달성···향후 영업조직 전환 시 사업 성과 기대
김성태 행장 취임 후 첫 해외사업···"차별화된 중소기업금융 역할 수행할 것"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지난 3월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최종인가를 취득한 이후 2개월 만이다. 국내 시중은행 불모지에 가까웠던 동유럽에 국책은행이 진출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BK기업은행은 한국 금융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폴란드에 지점 설립을 목표로 사무소를 개소했다. 현지 개소식에는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번 기업은행의 폴란드 진출은 김 행장 취임 후 첫 해외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 행장은 폴란드 진출과 사무소 개소 관련해 직접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IBK기업은행은 일찌감치 폴란드를 유럽 전략 거점으로 삼고 진출을 검토해 왔다. 유럽 내 새로운 사업전략 거점 구축을 추진해왔고 그 시작으로 폴란드를 낙점했다. 앞서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은 폴란드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현지 유관기관 및 컨설팅 업체와의 면담 등을 진행하며 폴란드 진출의 포석을 마련했다. 이어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은 폴란드 진출 기업 방문 등을 통해 사무소 개소 계획을 본격화했다. 

지난 1월 기업은행은 폴란드 사무소 설립을 위한 인가 신청서를 현지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했다. 기업은행은 유럽 내 폴란드 사무소를 거점으로 본격적으로 유럽연합(EU)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왜 폴란드였냐는 것이다. 특히 폴란드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지난 2014년 신한은행, 2017년 우리은행이 카토비체 사무소를 연 이후 이번 기업은행이 3번째다.

현재 동유럽에는 한국계 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유럽 시장 자체의 높은 잠재력과 함께 서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 실적 성장에는 고무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동유럽의 경우 낮은 법인세와 저렴한 인건비 등의 양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폴란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길목 역할을 하며 새로운 생산 기지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은행 사무소가 들어선 브로츠와프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집중된 남서부 최대 공업도시다. 지난 2016년 LG그룹의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을 위해 2016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공장을 열었다. 브로츠와프에 인접한 지에르조니우프 경제특구에서 LS전선이 배터리 부품과 광케이블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스탈로바볼라에 동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원래 기존 유럽 금융의 중심지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2020년 1월 브렉시트가 발효하면서 영국을 통해 유럽 시장을 살펴보는 데 있어 한계가 드러났고 이에 금융 거점으로서 런던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런던을 통해 유럽 전 지역을 총괄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브렉시트 이후 통제가 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지역을 찾던 중에 한국 2차 전지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폴란드가 새로운 사업 거점전략 기지로 낙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폴란드 사무소 설립으로 13개국 6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유한공사, IBK인도네시아은행과 IBK미얀마은행 등 기업은행 자회사 해외법인들이 잇따라 흑자를 달성하면서 해외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란드 사무소 역시 향후 법인전환 또는 지점설립 진행된다면 사업 성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김 행장은 글로벌 부문에서 2025년까지 이익을 2배 확대해 2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글로벌 부문 이익은 1260억원이었다.

김 행장은 영업조직으로 전환 등 글로벌 생산거점 중심의 네트워크를 확충해 해외진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현지 플랫폼사와의 제휴를 통해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와 러우 전쟁으로 인해 지연돼왔으나 올해 들어 김 행장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 일환으로 신속한 추진을 주문하면서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6일(현지 시각) 열린 개소식에는 김성태 은행장을 비롯해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폴란드 재무부 차관 및 투자청장, 주총리, 주지사 등 정부관계자, 폴란드 진출 주요 국내 기업 법인장 등이 참석해 한국 국책은행의 첫 폴란드 진출을 축하했다.

김 행장은 기념사를 통해 "유럽 생산거점이자 심장부에 위치한 폴란드에 사무소를 개소해 기쁘다"며 "향후 진출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고 폴란드 현지 중소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등 IBK의 차별화된 중소기업금융 역할 수행으로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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