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노조, 강력 반발
파업 등 단체행동 예고···국책 및 시중은행 이전 가능성 우려
이전 예상됐던 산은과 달라···우려할 수 있지만 파업은 별개 문제
신중한 고민 필요···국민들의 지지와 공감 얻을 수 있는 대안 제시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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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KDB산업은행이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부산행이 확실시된 가운데 금융노조가 강력 반발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법 개정도 전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탈법적 행위를 했다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산은 이전과 달리 다른 은행의 경우 이전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파업을 예고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가 지난해 강행했던 명분 없는 파업을 또 다시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으로 관보에 지정·고시했다. 이로써 KDB산업은행은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을 제외하고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게 됐다. 

KDB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자 산업은행 노조를 비롯한 금융노조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이대로 산업은행 이전 추진을 강행한다면 총파업은 물론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한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으로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될 경우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이전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KDB산업은행이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여의도를 포함한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자금지원이 절실한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하는 '시장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노조가 파업까지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에는 산업은행이 이전할 경우 기업은행과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이전하는 사태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앞서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 "금융산업의 지옥문이 열렸다"며 다른 국책은행 이전 시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이전하면 기업은행, 한국은행, (정부가) 관치금융을 동원해 팔을 꺾고 있는 시중은행까지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태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파업은 이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기간에 윤 대통령이 산업은행을 필두로 다른 금융기관 소재지도 부산에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도 산업은행 외 다른 특정 금융기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설령 산업은행처럼 소재지를 바꾼다고 해도 공론화가 필요하고 이에 걸맞는 상당 수준의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다른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이전에 대한 논의는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는 상황인데 벌써부터 불안감을 조성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당선 이후부터 당초 이전이 유력하게 예상됐다는 판단이지만 다른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KDB산업은행만 하더라도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 채택 ▲2022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 ▲지난 4월 3일 금융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 제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됐다. 

행정절차와는 별개로 법 개정도 필요하다. 현 산업은행법 제4조에는 '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당에서 산은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시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절차를 걸쳐 약 1년3개월 만에 단행될 수 있었다"며 "아직 공식화되지도 않는 다른 은행들이 파업까지 언급하며 대응할 문제인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민심 외면에도 강행했던 총파업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있다. 벌써부터 파업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노조의 대응은 십분 이해하지만 금융노조 전체가 반응할 이슈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파업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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