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금지 법안 발의 활발···“무보수 추가근무 수단 변질” 지적
“현장 혼란 가중, 근로자 불이익” 우려도···“근로시간 관리가 문제 핵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포괄임금제가 보상 없는 초과근무 수단으로 악용된단 지적이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선 포괄임금제 금지를 법률로 명시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도 관련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근로시간 관리가 문제의 핵심이며 제도 정비시 현장 안착에도 신경써야 한단 조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동시장에서 관행화된 포괄임금제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상응하는 수당을 기본임금과 분리하지 않고 전체 합한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은 정하되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각종 수당 등을 사전에 일정액으로 정해 임금으로 지급하는 임금 약정방식이다.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준 제도는 아니지만,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사업주가 포괄임금제를 남용하면서 초과근무를 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법정근로시간 제한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행법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단 비판이다. 실제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 포괄임금제 실태조사에서는 조사대상 사업체의 37.7%가 법정수당을 실제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총 3건의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우원식·박주민·류호정 의원안)이 제출돼 있다. 이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내놓은데 이어 같은 당 김영진 의원도 조만간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포괄임금 계약 체결을 어떻게 제한할지,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하고 기록할지의 문제를 법안에 넣을 예정”이라며 “빠르면 금주 아니면 다음주 정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원칙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하면 안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것인데 실제론 사업장에서 편의를 위해서나 실제 야간 근로가 빈번함에도 법상 가산 금액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정부도 수차례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는데 우리가 추진하는 법안도 그런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도 최근 추가의견 수렴에 들어간 근로시간 개편이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선 포괄임금제 남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법제화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 단속 만으론 부족하기에 법적으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도록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 질의에 “주52시간제 안착 관련 현장 우려 핵심이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 노동이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근절 없인 한 발자국도 못 나가간단 고민이 있는데 관리 감독 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려니 어려움이 있다. 현장 실태를 조사해보니 노사 모두 제도 오남용이 근절돼야 하지만, 만약 일시에 제도를 없애면 노사 갈등, 편법과 오남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취지를 살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면 입법안에 담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여당은 포괄임금제 금지에 있어 원칙적으로 정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포괄임금제 금지를 법률에 명시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는 사용자, 근로자 어느 한쪽에 유불리를 말할 수 없다”며 “포괄임금제에서 규정된 연장근로를 다 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가기에 근로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 만약 포괄임금제에서 규정된 연장근로를 다 채우고 더 일을 시키고도 거기에 거기에 따른 수당을 주지 않으면 근로시간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해야지 무작정 없앤다면 근로자에게도 크게 득이 될 게 없다. 산업 현장에는 업종별 특성에 맞춰 노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적으로 없애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해 줬다. 하지만 역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을 주목해 근로시간 관리에 초점을 맞춰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는 인정을 해주되 근로시간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를 활용해 근로시간 관리를 하지 않으려는 부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근로시간 관리는 제도적 측면, 관행적 측면 두가지 부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부분은 근로시간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기준, 근로시간 측정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현장 관행이 있어 하루아침에 정착되긴 어렵기에 이행 관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단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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