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이전 위한 행정 작업 진척 해석
은행법 개정·노조 합의 없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
근본적인 해결책 될 수 없어···내년 총선 이후 여소야대 상황 해소돼야 성과 예상

KDB산업은행 노조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경영진을 규탄하며 '부산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KDB산업은행 노조가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경영진을 규탄하며 '부산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오는 11일 부산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후에만 세 번째  방문이다 보니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본점 이전을 위한 행정 작업에 진척을 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산업은행법 개정과 노조와 합의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히 부산 방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내년 총선 이후 여소야대 상황이 해소돼야만 실질적인 부산 이전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오는 11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업구조혁신펀드 업무협약식 및 기업 지원 프로그램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행사에는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전후로 의원들과 김 위원장, 강 회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부산을 찾아 부산·경남 기업인 5명과 오찬을 하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지역 반응과 지역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부산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처럼 강 회장의 잦은 부산행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행사 참석 차원이 아닌 본점 이전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KDB산업은행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올 1분기 내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 목표를 세운 바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에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전달했고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방이전기관 지정 작업과 함께 5월까지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지역 여론을 달래주기 위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적인 접근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벽은 산업은행법이다. 정부가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한다고 해도 국회 법 개정안은 필수다. KDB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산은법 제4조를 개정해야만 부산 이전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한 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여야 구분 없이 화두로 삼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개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노조 반발도 변수다. KDB산업은행 노조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서울에 있어야 하며 이미 기존의 지점망으로도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핵심 인력들도 복귀 시 부산으로 가야하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DB산업은행을 한국거래소처럼 본점 소재지만 부산에 두고 핵심 업무는 서울에서 하는 구조로 둬서는 지방 이전의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부산 조직을 키워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마다 증폭되는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명분을 만들어 확실히 이전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 정쟁 국면에서는 여소 정부가 뜻을 관철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후에야 이전과 관련해 실효적인 성과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부산 이전 의지가 강한 만큼 최소한 현재의 거야 국면이 끝나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일단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이전을 위해서는 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내년 총선에서 거여 진영이 압승을 거둬야 가능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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