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회법, 대표발의 의원 1명 규정···현실적으로 상대 정당 공동발의자 올리기 어려워
여야 협력 법안도 특정정당 입장 왜곡 우려···정당별 대표발의자 복수 기재 법안 ‘주목’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월 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면담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월 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면담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여야 갈등이 심해지면서 정파성이 옅은 정책 법안까지 불똥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당간 공감대가 형성돼 만들어진 법안도 대표발의 의원이 1명인 규정 때문에 특정 정당의 철학이 담긴 내용으로 오인된단 지적이다. 이에 정당별 복수 대표발의제가 보완책으로 추진되면서 갈등 요인이 적은 정책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협력해 법안을 내놓아도 시스템상 이같은 취지를 알리거나 반영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단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대표발의 의원을 1명만 기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른 정당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단 점을 감안할 때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도 같은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름을 올리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진영논리와 관계없는 법안이더라도 여야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선 도매금으로 입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당시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예산부수법안 처리 문제에 막혀 당파색이 옅은 다른 민생법안들까지 발목이 잡힌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실제론 서로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이 함께 협력해 법안을 만들어도 대표발의자가 특정 정당에 속해있으면 아무래도 그 정당의 철학이 담긴 법안이라고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은 여야가 협력하는 차원에서, 정쟁이 아닌 지역 및 국가 발전에 협력해 공감대를 얻어 법안을 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그런데 이 경우에도 한 명이 대표로 정해지기에 보는 시각에 따라 특정 정당의 당론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정당 대표 발의 의원명을 보고 여야 합의로 협력해 기관, 지역, 국민 의견을 받아 의견의 합치를 본 경우에도 특정 정당의 입장으로 보여질 수 있단 설명이다. 이에 국회 내에서 여야가 법안을 공동발의할 경우 정당별로 대표발의 의원을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국회 의안과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접수했다. 

시사저널e가 법안을 제출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개정안에는 국회법 79조 내용에 무소속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한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경우 각 정당에 속한 의원이 각각 1명씩 포함되도록 대표발의 의원을 명시할 수 있단 내용을 추가했다.

실질적 내용과는 무관하게 대표발의 의원과 소속 정당에 따라 법안이 정치화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이다. 대표 발의의원을 정당 별로 기재할 수 있게 되면 법안 대표성이 강화되고 국회의원과 정당간 협치 문화가 조성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여야가 함께 추진하는 법안의 경우 색안경을 끼고 볼 여지가 줄고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단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스타트업 의원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출범한 이 모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류하며 초당적 모임으로 발전했고, 국내 스타트업 고충 해소에 방점을 둔 법안들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에만 법안 4건을 내놓았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하다 보니 국회 내에서도 법안 내용을 두고 정파적인 색채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단 평가가 나온다. 

유니콘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규제합리화 이슈는 여야간 접점이 가능한 주제”라며 “민주당은 중소기업 보호, 국민의힘은 규제 완화에 중심추가 있는데 ‘혁신적 아이디어 하나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기존 규제에 부딪혀 성장이 좌절되는 것을 해소하자’는 목표는 여야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만들 때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공동의 공감대를 이뤄 함께 준비해서 내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발의를 한 명만 적을 수 있다보니 개선이 필요하단 의견이 있었다”며 “협치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법안을 준비하게 됐다. 우리뿐 아니라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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