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청파동 근생 낙찰가율 192%···신속통합기획 호재 반영
목동 아파트 상가 응찰자 12명 몰려···“새 아파트 입주권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상가 경매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개발 호재 지역 내 물건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의 2배에 가까운 낙찰가를 기록한 물건도 등장했다. 개발이 예정된 지역 물건은 월세 수입은 물론 향후 새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 수요가 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상가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 대비 9.3% 포인트 하락한 76.6%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76.6%라는 건 감정가 1억원인 상가가 766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서울 상가 낙찰가율은 지난해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반등하면서 6월부터 10월까지 100%를 웃돌았다. 하지만 11월 다시 100% 밑으로 내려간 이후 70~80% 선에 머물러 있다.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과 평균 응찰자 수는 각각 23.7%, 3.06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개발 기대감이 큰 지역 내 상가는 사람이 몰리며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용산구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경매로 나온 용산구 청파동1가 1층 상가(전용면적 23.3㎡)는 8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1억50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2억880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92%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같은 건물에서 나온 전용 23㎡ 상가 역시 감정가가 1억7770만원이었지만 낙찰자가 2억7899만원을 써내며 낙찰가율 162.71%를 기록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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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물건 모두 신규 물건임에도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대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 개발 호재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청파동1가 일대 8만3788㎡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 두 물건 모두 후보지 내에 위치해 향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노릴 수 있다. 청파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청파동 일대엔 ‘근생 빌라’(주택으로 사용되는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입주권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은 편이다”며 “현장에도 매물이 없다보니 경매 시장에서 사람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꼬마빌딩도 인기다. 용산구 신계동 지상 5층 짜리 건물(토지면적 202.6㎡·건물면적 497㎡)엔 응찰자가 18명이 몰렸다.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32억5439만원)보다 10억원 높은 42억4222만원이다. 낙찰가율은 130%를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용산 일대는 개발 기대감이 커 투자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며 “정부가 대출 문턱을 낮추고 개발 규제도 풀어 일부 경매 물건은 개발 매력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지역인 양천구 목동에서도 상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목동 목동대림아파트 2층 상가(전용 9㎡)는 감정가가 4300만원이었지만 한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 3440만원에 입찰이 진행됐다. 응찰자 12명이 몰렸고 6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139.53%를 기록했다. 1억원 미만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론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상가는 단기적으로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론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일반 상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매수할 수 있어 자금 부담도 낮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목동의 경우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개발 호재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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