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업은행 신임 사외이사에 이근경·전현배 임명···노조, 낙하산 인사 비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에 노조 반발···내부 투쟁과 김소영 부위원장 법적조치 검토
김성태 행장 첫 시험대···"현재 노조와 금융위 사이 이어줄 역할 인사는 김 행장뿐"

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주최로 열린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주최로 열린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경우 관련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에 거부되면서 노조추천이사제가 실패하자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대통령실과 금융위원회의 가교 역할을 하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좌절시킨 인물로 지목받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IBK기업은행 신임 사외이사에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이 전 차관보는 행정고기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에서 차관보를 지낸 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경제 전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 교수는 국가통계위원회 위원과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2명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19년부터 만 4년 동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켜 경영에 직원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신충식 삼일회계법인 고문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임기가 만료되자 법조계와 노동계, 학계를 중심으로 후보를 추려 3명을 추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됐고 금융위원장 임명 공백이 길어지면서 과정도 지지부진해졌다.

그럼에도 올해는 어느 때보다 도입 가능성이 높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공공기관에 한해서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역시 도입이 무산되면서 노조의 반발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사 후보를 낙점해 제청을 지시함으로써 기업은행에 부여된 이사 후보 제청권을 무력화했다"며 "정부 말을 더 잘 듣도록 낙하산 거수기로 채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국책은행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4일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정식 선임됐다. 이들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지난달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KB금융그룹 노조 측이 추천한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KB금융 노조 측은 그 동안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부진한 실적을 근거로 해외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지만 무산됐다.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노조추천이사제를 배제하고 친정부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제청하면서 사측과 노조 간의 협력관계에 금이 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 행장이 노조추천이사 임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던 점을 앞세워 김 행장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행장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으로 보고 법적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직권 남용과 업무 방해로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내부 노사 갈등과 함께 노조와 금융위 간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조의 반발 수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김 행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노조와 금융위 사이를 이어줄 역할을 할 인사는 김 행장뿐이며 김 행장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 노사와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2020년 1월 '유관 기관과 협의해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김 행장이 취임할 때도 노사 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약속하고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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