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중국 방문···삼성전기 사업장 점검
최태원, 오는 28일 보아오포럼 참석···"반도체 관련 행보 제한적일 것"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제에 中 공장 추가 투자 불가···반도체 외 사업 협력 강화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각 중국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해외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중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지하면서도 그 외 산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의 글로벌 기업 고위 인사 100여명 초청 명단에 포함된 이 회장은 특별한 발언 없이 조용한 방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애플은 지난 30여 년간 함께 성장해온 공생 관계”라며 ‘구애’ 발언을 서슴지 않은 팀쿡 CEO(최고경영자)의 행보와는 대조된다. 

이 회장의 절제된 행보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현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법을 통해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나섰고,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 등에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방문을 앞둔 최 회장도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관련 행보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오는 28일부터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다. 보아오포럼은 형식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인 보아오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행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 여론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과 SK그룹은 미국의 반도체 패권 선언에 따른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으로 꼽힌다. 특히 양국간 갈등의 중심에 반도체 산업이 놓여 있는 만큼 중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골치 아픈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공장을 유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운영에 한계를 맞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가드레일'의 세부 규정이 다소 완화돼 최악의 경우 철수까지 각오했던 반도체 업계에 숨통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국 내 공장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이라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 첨단 반도체는 5%,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설비를 확장할 수 없다. 미국이 지난 10월 발표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령은 올해 10월부터 양사에 적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中 내 반도체 확장 어렵다"···소부장·배터리·석유화학 협력

이에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협력 및 투자 가능한 산업군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방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이 회장은 시안과 쑤저우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이란 재계의 예상을 뒤집고 다음 날 톈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이 중국 내 사업장을 방문한 건 3년 만이다.

삼성전기 톈진 공장은 IT·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삼성전기는 전체 매출의 33.7%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의 경우 부품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법 규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 배터리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 공장도 톈진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사이에 낀 현 상황에서 재계 총수가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반도체 외 다른 사업영역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SK그룹도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4000억원을 투자,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에 신설 중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제3공장에 이어 제4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발표했다. 제4공장이 완공되면 2028년 연간 약 5만t 규모의 EAA를 생산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 등 고객사를 확보, 현지 공략을 강화 중이다. 현지화 전략이 먹히면서 중국에만 4곳의 공장을 뒀다. 중국 창저우 공장을 시작으로 옌청 1공장 1·2동, 후이저우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24년에는 옌청 SKOY 공장이 완공된다.

한편 두 총수는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기관들이 양사에 참석 요청을 보내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총수는 양대 진영을 방문하는 만큼 여러 현안들의 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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