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 인상 어렵다는 인식에 30년 만기 채권 ETF 주가 '급등'
삼성·미래에셋운용 ETF보다 KB·한화운용 ETF 점유율 더 높아
한투운용, 월배당 내세워 국내 상장 미국 장기채 현물 ETF 시장 진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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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30년 만기 채권형 ETF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더 이상 금리인상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30년 만기 채권형 ETF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선전하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0년 국채 ETF 대신 미국 30년 장기채권 ETF를 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 美SVB 파산에 30년 장기채 ETF ‘급등’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30년 만기 채권형 ETF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3영업일동안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등 5종의 30년 만기채권형 ETF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최소 6.9~최대 13.4% 오른 상태다.

최근 채권형 ETF 주가 상승세는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비례 관계에 있고 채권의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만기인 ‘듀레이션’이 길수록 그 변동폭이 더욱 커진다.

실제로 지난 3영업일 동안 듀레이션이 38.5년으로 가장 긴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와 28.7년에 달하는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의 수익률이 타 ETF 대비 높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국내 30년 만기 채권형 ETF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와 호주 등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가계의 부동산자산 집중도가 높은 국가들의 통화 정책 스탠스가 바뀌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M2통화 증가율과 화폐유통속도 증가율의 합이 급감하는 등 돈이 잠기고 있어 물가도 하향안정화할 것이기에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판단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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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미래에셋운용 ‘부진’ vs KB·한화운용 ‘양강’

지난 1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30년 만기 채권형 ETF시장은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ETF가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를 상장하고 KB자산운용이 이에 맞서 2배 레버리지 상품인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을 상장하면서 국내 30년 만기 채권형 ETF시장 경쟁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초반 경쟁에서는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와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가 앞서 나가고 있다. 13일 기준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의 순자산총액은 2018억원,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의 순자산총액은 1696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다. 출시 초반에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 재발하면서 수익률 면에서 고전한 이유도 있지만 수수료가 경쟁사 대비 3배에 달하는 점이 부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채권형 ETF의 경우 주식형 ETF 대비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기에 장기투자에서 수수료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

◇ 美 장기국채 현물 ETF로 경쟁 확산될까

서학개미들은 미국 연준의 금리를 예상하고 미국에 상장된 국채 ETF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블랙록자산운용이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서 상장한 미국 국채 ETF인 SHY, IEF, TLT가 대표적이다. 20년 장기채 ETF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TMF도 존재한다.

국내 증시에도 미국 국채 ETF 상품이 다수 상장되어 있다. 하지만 장기채 ETF의 경우 현물 대신 선물ETF만 상장되어 있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날 국내 증시에 최초로 현물 장기채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월배당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가능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증시에도 미국 장기채 현물 ETF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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