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 발표
전략작물직불제 등 통해 3만7000ha 축소
같은 목적 양곡관리법안 미칠 영향 주목 
정부 “양곡관리법과는 상관 없는 대책”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쌀 이외에 다른 작물 재배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올해 벼 재배면적을 3만7000ha 축소하기로 했다. 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에 따른 대책으로 쌀 의무매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야당간 접점을 찾기 어려워 쌀 의무매입과 재배면적 감소가 동시에 이뤄졌을 때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발표한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에서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ha로 보고 지난해(72만7000ha)보다 3만7000ha 축소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 도입, 논타작물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사전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나간단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정부가 시장 격리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 투입과 농가와 마곡종합처리장 등이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대책이다. 지난해 산지 쌀값은 과잉생산 영향으로 20kg 당 연초 5만원 초반대에서 9월 말 4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새로 도입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1만6000ha, 지방자치단체 자체예산과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으로 1만400ha, 농지은행 신규 비축농지에 타작물 재배로 2000ha, 농지전용 등 기타 9000ha를 각각 감축해 목표한 벼 재배면적 축소치를 달성한단 계획이다.

재정도 투입된다. 전략작물직불제에 국비 1121억원,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 및 지자체 농협 지원사업에 지자체 예산 245억원 및 농협경제지주 1509억원을 지원한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핵심은 전략작물직불제이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쌀과의 소득차를 고려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콩, 가루쌀을 재배하는 경우 ha당 100만원, 하계조사료는 430만원이 지급되며, 콩, 가루쌀을 동계 밀이나 조사료와 함께 재배하면 ha당 250만원을 지급한다. 올해 예산 1121억원은 전년(46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략작물직불제는 현재 시스템상으로 약2000ha 정도 신청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을 올해 목표치대로 줄이면 수확기 산지 쌀값은 약 5% 상승하고 격리 비용은 44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쌀 적정생산 대책은 현재 국회에서 쌀 의무매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둔 시점에 발표돼 주목받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기존에 계속 해왔던 부분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는 큰 관계가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내용이 수정될 건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양곡관리법은 남는 물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부분이고 이번 대책은 정부가 타 작물 재배를 적극 추진하는 내용이라 충돌할 부분이 없단 설명이다. 그러나 추가 예산소요 등 쌀 의무매입이 시행됐을 때 바뀔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단 점을 감안하면 양곡관리법 입법 이후 이번 대책에 수정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쌀 적정생산 대책과 양곡관리법안 모두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됐단 점에서 정부가 선수를 친 모양새가 됐단 주장이 나온다. 더욱이 양곡관리법의 경우 당정이 한목소리로 반대했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발표로 법안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대통령 거부권 등 정부의 반대 입장을 더욱 명확히 한 게 아니냔 관측도 있다. 다만, 농해수위 관계자는 “쌀 적정생산대책은 보통 3월에 발표됐기에 이번 발표가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안 관련 막판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지만 접점을 찾긴 쉽지 않아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의무매입을 제도화하는 부분이 가장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쌀 산업은 농가들이 쌀농사가 유리하다고 보는데서 나온 공급과잉이 가장 큰 문제인데 추가 제도가 도입되면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의무매입을 제도화하지 않는 대안이 제시된다면 적극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절충안이 나오면 논의하겠단 입장이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입법을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관계자는 “의무매입을 하지 않겠단 정부 주장은 새로울 게 없다. 지금 상임위에서 전년도 생산량 대비 초과 생산량이 기준인 의무 매입 발동 조건을 일부 완화한 중재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대한 언급 없이 의무매입 내용만 되풀이하는건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달 본회의를 열고 법안 처리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