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7연속 금리 인상 이후 1년 만에 동결
물가 상승 압력 여전···한미 금리차도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온 만큼 국내 가계부채 상황과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해 금리 인상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르지만 가계부채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보다 경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것보다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해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며 경기 하강 위험을 낮추고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여지는 남아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벌어진 데다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미 연준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25~4.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한미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커졌다. 이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에 근접한 수준이다. 한미 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상승했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가스·전기세와 대중교통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 효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꺾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낸 업무보고 자료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함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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