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8년 회삿돈 614억 횡령, 1심서 징역 13년 등 선고
검찰 “공소장변경 불허는 법리오해···누락 없는 추징 위해 1심 다시해야”
피고인들 “1심 무거워”···가족들 “범죄수익인 줄 몰라, 추징 안 돼”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우리은행 직원 A씨. 사진은 지난해 5월6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우리은행 직원 A씨. 사진은 지난해 5월6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6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직원 형제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에 중대한 심리미진이 있다며 파기환송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사건 파기와 공소장 변경신청에 대한 허가 여부를 우선적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직원 전아무개씨와 그의 동생, 공범 서아무개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고 양측의 항소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피고인들 전부에 대해서 법리오해와, 이유불비, 양형부당, 심리미진을 이유로 항소했다”며 “판결을 파기하고 1심으로 환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선고 직전 공소장변경 신청을 기각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검찰은 전씨 형제의 선고를 앞두고 추가 횡령금 91억여원을 찾아내 공소장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다르거나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전씨 형제가 부모 등 명의로 빼돌린 189억원을 선고 전 추징하기 위해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원심은 선고기일 공판장에서 참가인 8명에 대해 구두 진술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변론재개를 했음에도, 검사의 공소장변경 신청에 대해 아무런 심리도 없이 불허했다”며 “포괄일죄 일부에 대해서만 판결을 선고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참가인 8명에 대한 추징 유무와 금액, 필요성에 대한 심리를 전혀하지 않는 등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며 “원심의 변론재개 불허는 공소장변경 필요성과 제3자에 대한 추징 필요성을 입증하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참가인들의 심급이익을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절차적 정의 관점에서 사건 파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제3자가 범죄수익인 줄 모르고 범죄자로부터 받은 부패재산은 1심 선고 전까지만 추징할 수 있다. 검찰은 항소심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전씨 형제가 빼돌린 189억원을 환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검찰은 “항소심에서 추징을 선고하더라도 범죄수익 환수에 아무 기여도 할 수 없는 판결이 될 수 있다”며 “실제 범죄수익에 대해 누락 없는 추징 환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예비적으로 공소장변경을 재차 신청하기도 했다. 파기환송이 어렵다면 추가 확인된 횡령금 91억여원까지 포괄일죄로 묶어 공소사실로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피고인들의 양형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들의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인 회사의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점, 피고인들이 중요한 증거를 인멸한 뒤 자수해 일반적인 자수와 다른 점, 구속 이후에도 외부 조력자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범죄수익금으로 투자를 계속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원심의 양형은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고도 밝혔다.

반면 전씨의 동생은 1심이 판결이 무겁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은 “형의 초기 횡령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가정 내에서 위치가 절대적이고 은행직원이었던 형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며 “초기 범행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형 전씨는 따로 항소하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을 통해 ‘1심 양형이 유사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검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다. 공범 서씨 측 변호인은 “전씨로부터 받은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전씨로부터 돈을 받은 참가인들도 입장을 밝혔다. 전씨의 아내와 장인, 장모의 대리인은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인의 대리인은 “검사의 참가신청 고지는 1심 선고까지이므로 (항소심에서) 또다시 신청한 고지는 위법하다”며 “참가인 지위가 항소심에서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씨로부터 송금받은 돈은 인테리어와 급여 등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추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공소장변경 신청이 허가될 것을 전제로 추가 횡령 범행을 입증할 자료와 기존 범행에 대한 양형 증거, 기타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 등을 추가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절차적 사항에 대한 검토가 빨리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측에 서면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2차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서에 근무한 전씨는 동생과 함께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은행 계좌에 있던 614억여원을 3차례에 걸쳐 인출, 주가지수 옵션거래 등에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3년 1월~2014년 11월 해외 직접투자와 외화 예금거래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 거래대금을 가장해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50억원을 송금하는 등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혐의도 있다. 서씨는 전씨에게 투자정보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약 16억원을 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9월 1심은 전씨 형제에게 징역 13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각각 323억7600만여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서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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