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바이오 분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진출 가속화
적극적 M&A 통한 패스트 무브 전략···2025년 세계 순위권 전망
"후지필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상대···삼바 새 도전자 될 것"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일본 기업이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로, CDMO에서 한일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여러 화학 대기업이 바이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관련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CDMO 분야에서의 전략적 투자와 그에 따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바이오의약품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s)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개발과 제조 프로세스와 같은 서비스와 전문지식을 제공·수행하는 제3의 공급업체를 의미한다. 바이오의약품 회사로부터 아웃소싱 받은 의약품 또는 생물학적 제제를 제조한다. 

전세계 CDMO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전반적 확대와 코로나19 백신 제조 등을 거치며 CDMO 분야는 급격히 성장했다. 여기에 활발한 신약 개발 움직임, 임상 및 상업적 제조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차세대 치료제의 특성 등이 더해지며 고속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이 2026년 203억1000만 달러(25조16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은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이 2020년 113억8000만 달러(14조88억 원)에서 연평균 10.1% 성장해 이같은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기업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종합화학기업인 아사히 카세이와 미츠이 그룹이 CDMO에 진출했다. 아사히 카세이 메디컬은 2022년 4월 바이오의약품 미국 CDMO기업인 바이오노바 사이언티픽(Bionova Scientific)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오노바 사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차세대 항체 치료제 생산 특화 기업이다. 

그간 바이오 제조 공정에 필요한 필터 및 장비를 아사히 카세이 메디컬을 통해 제조, 판매해오던 것에서 나아가 바이오의약품 CDMO 비즈니스에 진출한 것이다. 미츠이 그룹 계열사인 미츠이 케미컬 역시 CDMO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특히 일본 바이오의약품 CDMO의 다크호스라 불리는 후지필름에 눈길이 쏠린다. 후지필름은 기존 사업이던 칼라필름 시장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왔다. 기업 핵심 역량인 정밀화학 기술과 함께 2006년부터 적극적인 M&A를 통해 바이오 기술 역량을 구축하며, 바이오 헬스케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 머크사로부터 2011년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담당하는 다이오신스(Diosynth biotechnology)를 400억 엔(3780억 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CMDO 사업을 개시했다. 2014년, 2019년엔 백신 생산 역량 확보 및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회사와 덴마크 바이오 공장을 각각 인수했다. 2018년엔 약물전달에 필요한 전달체인 리포솜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3700만 달러(455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을 보였으며, 2022년 1월 T세포 및 CAR-T 세포치료제 제조시설을 인수하는 등 M&A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근엔 세포, 유전자 치료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DMO 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 기업 다수가 M&A를 통한 패스트무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기업과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후지필름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로운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바이오 육성을 통해 산업을 부흥시키려 관련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후지필름이 가진 독자적 기술력과 집중력은 도전적”이라며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상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바이오 시장에서 한일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봤다. 

바이오공정분야 전문지인 바이오프로세스 인터내셔널은 2025년 글로벌 동물세포 생산 CDMO기업 순위에서 일본 후지필름이 삼바, 스위스 론자,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더불어 세계 4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세계 제약 바이오 전시회 어디를 가든 후지필름이 부스를 크게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며 “아주 도전적이다. 국내 기업이 좀 더 긴장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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