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KKR 거쳐 얼라인 창업···SM 투자하며 계획 없던 행동주의 전환
SM 이어 7대 금융지주 공격하며 단숨에 국내 행동주의펀드 신성으로 등극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제공=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제공=얼라인파트너스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7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배당률 50% 이상을 요구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과거 KBS ‘퀴즈 대한민국’에 나가 최연소 퀴즈영웅에 올랐고 2005년 수학능력시험에서 대구경북 지역 인문계 수석을 차지했던 인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거쳐 2021년 9월 얼라인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계기는 지난해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투자를 통해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단 1.1% 지분만을 확보한 이후 회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를 선임해줄 것을 주주제안했고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이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고 있던 연 200억원 규모의 용역계약 종료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얼라인파트너스는 단숨에 행동주의를 대표하는 신성으로 부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곧바로 국내 7대 은행지주를 다음 대상으로 설정하고 공격에 나섰다. 과도한 대출 늘리기를 자제하고 순이익의 50%이상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JB금융 지분 14%, 우리금융 1% 등 은행지주 주식를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월 9일까지 해당 내용을 공정공시를 통해 발표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요즘 행동주의펀드들이 많은데 가장 돋보이는 거 같다.

감사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들이 주식을 많이 샀고 다들 물려있다. 아무래도 다들 한 번씩은 당해보고 ‘이거 문제가 있구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긴 덕분에 우리 같은 행동주의펀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옛날 같았으면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았나.

서울대 입학 후 가치투자 동아리 ‘스누밸류(SNU VALUE)’에서 공부하며 펀드매니저를 꿈꿨다.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골드막삭스 인턴에 뽑혔고 열심히 하니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골드만삭스에서 M&A부서에서 일하면서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가 있었다. 이후 2012년 KKR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할 때 박정호 대표와 둘이 창립 멤버였다. 골드만삭스와 KKR에서 배운 경험으로 2021년 9월 얼라인파트너스를 설립할 수 있었다.

-창업하지 않고 사모펀드에서 계속 일했으면 많은 연봉을 받았을 것 같다. KKR이 2009년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18억달러에 사들였다가 2014년 58억달러에 되판 것은 전설적인 딜 아닌가. 당시 보너스도 많이 받았을텐데 굳이 창업할 이유가 있었나.

당시 말단직원이라 그렇게 큰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 (웃음) 당시에는 사모펀드가 흔하지 않아서 경쟁도 별로 없었고 좋은 회사를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점차 사모펀드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싸게 주고 사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고 점점 사업환경이 힘들어졌다. 레드오션화된 것이다. 외국은 비상장주식보다 상장주식이 더 비싼데 한국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 때문에 반대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에 코로나19사태 이후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주식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골드만삭스와 KKR에서 일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이는 기업을 인수하면 경영진도 임명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인수하지 않고 지분만 가진 회사를 우리 뜻대로 움직이려면 많은 주주들이 힘을 합쳐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동학개미운동으로 소액주주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직접 인수하지 않고 지분만 가지더라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

-처음에 SM을 타깃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사실 SM에 투자했던 것은 행동주의를 하려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투자원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업을 가진 기업이 저평가를 받을 때 투자한다는 것이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나 바이오, 복잡한 사업구조는 피한다.

당시 BTS를 계기로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연예기획사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하이브는 비쌌고 SM은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라이크기획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는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투자하고 보니 마침 감사임기가 곧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감사를 새로 임명해서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KKR에서 같이 일했던 곽준호 감사가 쉬고 계신 상황이어서 도와달라고 연락했더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다.

-결국 투자했는데 보니까 행동주의가 될 것 같아서 행동주의펀드가 된 것인가. 처음부터 행동주의펀드 활동을 결정하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행동주의로 정하고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일단 행동주의를 안해도 투자 대상으로 매력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행동주의를 생각하고 하지 않고 그냥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된 것 같다.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사실 사람들이 관심 없는 회사에서 행동주의펀드 활동하면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K-팝이라는 업종 특성 덕분에 캠페인이 잘 됐다.

-JB금융지주 2대주주다. 지분율이 14%에 달하는데 특별히 이렇게까지 높을 이유가 있을까.

JB금융지주가 은행 중에 자기자본이익률이 제일 높다. 돈 잘 벌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건실한 강소 은행이다.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는 판단에 지분을 사들이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우리가 많이 투자한 은행지주는 딱 2군데다. 우리금융과 JB금융지주. 우리금융은 100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고 JB금융지주는 2500억원가량 된다. 다른 은행지주 주식도 가지고 있지만 두 군데만큼 많지는 않다.

공통점은 증권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증권사와 보험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사업구조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이다.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투자한다.

-우리금융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아주 단순하게 보고 있다. 지금 우리금융 주가순이익비율(PER)이 2.4배다. 말이 안된다. 근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PER 기준으로 80배에 달한다. 이익을 가장 많이 낼 때도 67배였을 것이다.

차라리 그돈 가지고 자사주를 사라는 것이다. PER이 2.4배면 예상수익률이 연 40%에 달한다. 연 40%짜리 수익률이 있는데 굳이 그거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PER이 한 7배만 됐어도 인수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수시 전략적으로 시너지가 있으니 항상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것을 논하기 전에 일단 우리금융 주식이 너무 싸니까 자사주부터 사고 시기를 봐서 추후 논의하면 된다.

-7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대출 성장을 줄이고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7대 은행지주라도 주주가치 환원 면에서 우열이 있을 텐데 전체를 대상으로 캠페인에 나섰다.

놀랍게도 전부 수치가 비슷하다. 신기한 일이다. 외국은행은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고 어떤 은행은 자본 비율이 더 높고 어떤 은행은 이익률도 더 높고 등등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 똑같다. 그래서 7개 은행지주 상대로 똑같이 주주제안 레터를 발송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출성장률이 너무 높다. GDP성장률에 맞춰서 대출을 늘리면 이익의 50%를 배당할 수 있다. CET1 등 건전성지표를 지키면서 배당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2월 첫째주에 은행들이 우리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급적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총회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은행 다음에 생각하고 있는 기업이나 분야가 있는가. 추가 펀드조성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은 딱히 없다. 일단 여기까지만 생각해놓은 상태다. 사실 KKR을 나올 때부터 은행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SM은 투자하고나서 어쩌다보니 행동주의펀드가 된 것이다.

은행은 우리가 이미 한 번 해서 주가를 이미 올려버렸다. 또 다른 걸 찾아야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계속 찾을 생각이다.

우리가 첫 번째, 두 번째 스텝까지는 원하는 대로 잘 왔다. 하지만 여기서 삐끗하면 안 된다. 진짜 신중하게 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펀드가 2700억원 정도 되는데 일단 올해말까지 1조원 규모로 펀드레이징(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기관들 찾아다니면서 펀드출자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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