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값 톤당 110만원, ‘10만원 인하’···철강업계 “마지노선 지켰다”
글로벌 수요 위축 여전, 中 상황 지켜보며 생산라인 탄력 운영

현대제철의 선박용 후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선박용 후판.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철강사와 조선사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두께 6mm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두고 벌이던 줄다리기가 마침내 끝났다. 올해 하반기 후판값 결정을 두고 연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양 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다.

철강·조선업계는 매년 두차례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하반기 가격은 일반적으로 매년 9월께 결정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가격 하락으로 방향성은 잡혔지만, 인하 폭을 두고 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연말까지 하반기 후판 가격이 결정되지 못했다.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의 이달 중순 가격은 톤당 109.2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200달러를 웃돌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만큼 후판 가격도 과감하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앞서 세 번이나 후판 가격 인상을 받아들인 만큼, 하락한 현재 시황에 맞춰 인하 폭이 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120만원이다. 조선사들은 15만~20만원 하락을 요구했고, 철강사는 5만원 인하로 맞섰다. 양 측은 가격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그러나 양 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중간 지점인 ‘10만원 인하’로 결정됐다.

철강업계에선 수익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켰다고 자평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원하는 수준까지 후판 값을 낮추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화물연대 파업 종료와 후판값 협상 등이 끝난 만큼, 글로벌 철강 시황만 회복된다면 예전 만큼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올해 4분기 글로벌 수요감소 등 대내외 악재로 악화된 실적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조금씩 완화되고는 있지만 아직 부동산 경기 등은 냉각기를 걷고 있어서다.

각 제철소는 중국 등의 철강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최대한 생산량을 조절해 재고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국내에서도 건설 경기가 꺾이는 등 당분간 위축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감산 등으로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다수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세계 철강 흐름을 파악하면서 조업일수와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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