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조선용 후판 80만톤·차량용 냉연 70만톤 생산 감소할듯
공급 차질에 전방산업 생산차질 우려···“현대제철 노조 파업 방침 철회해야”

포스코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 직원이 침수 피해를 입은 설비를 안전 점검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 직원이 침수 피해를 입은 설비를 안전 점검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 피해로 정상가동이 어려운 가운데,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파업을 실시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후방산업인 철강사로부터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조선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도 마비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철강 생산량은 1685만톤이다. 포스코는 완전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생산피해는 400만~500만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항제철소 생산 제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후판(338만톤)이다.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업계에선 침수 피해로 후판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80만톤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후판은 선박 제작의 필수 재료다. 공급량이 줄어들면 조선업계의 선박건조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수주호황으로 어느 때보다 일감이 많이 쌓여 각 도크를 총동원해 일감소화에 나서고 있는데, 후판 공급이 줄면 발주사와 약속한 납품 일정을 지키지 못해 위약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급량이 줄어 후판 가격이 오르는 것은 둘째 문제”라며 “가격 인상도 중요한 이슈지만 무엇보다 후판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포스코에서 후판을 가장 많이 공급받고 있는데,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조선사의 선박 건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완성차 업계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모터나 엔진에 주로 쓰이는 차량용 강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대부분 제작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자동차 차체에 투입되는 냉연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생산지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냉연 생산량은 291만톤으로 후판 다음으로 많다. 침수 피해로 약 70만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냉연이 부족하면 또 다시 완성차 업계의 생산라인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현대제철에선 파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방산업 측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올해 6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여 동안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점을 아직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 중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최대실적을 달성한 만큼, 임직원에도 이를 나누라는 주장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주장이 일방적이라고 판단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철강 수요가 줄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 기본급 인상 및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파업이 단행되지 않도록 노조 측에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협상 결렬로 파업이 발생해 현대제철마저 조업 차질이 발생한다면 국내 철강 수급은 더욱 어려워진다. 철강업계에선 포스코의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이용해 현대제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철강 공급을 위해 현대제철이 생산량을 늘려야하는 상황에 파업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은 국내 산업계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위”라며 “현대제철 노조는 산업계 전체를 보고 생산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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