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지역과 달리 허가제 규제 없어 갭투자자 다수 유입된 영향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은 전세퇴거자금대출도 안 나와 발동동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수년째 묶인 서울 삼성동,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수년째 묶인 서울 삼성동,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 수년 간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 리더로 평가받아온 반포가 유독 인근 지역보다 큰 폭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 22억원까지도 무난히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최저 13억원대까지 매물이 나왔음에도 쉽게 거래가 되지 않는 등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포자이 전용 84㎡에서는 지난달 15억2000만원대에 두 건의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보증금 14억원인 매물도 상당수 등장하는 등 지난달 보다도 1억원 이상 가격이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일부는 13억원 후반대로도 급전세가 나와있는 경우도 있다. 이 단지 동일평형이 올해 6월 22억원에도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점에 견주어보면 불과 넉 달 만에 실거래 기준 7억원 가량, 시세 기준으로는 8억원 이상 뚝 떨어진 것이다.

이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의 래미안신반포팰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6월 동일평형이 19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는데 이달 15일에는 4개월 전보다 8억원, 40% 이상 빠진 11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반포, 잠원 내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그 원인으로 이달 말까지 입주를 진행하는 반포르엘 등 신규 물량이 영향을 미쳤지만 토지거래허가제의 역습이라고 평가한다. 2020년 6월 서울시는 집값이 투자자 진입으로 인해 상승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에 실거주 목적의 이들만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정했다. 애초에 갭투자 목적의 매입이 불가했기 때문에 전세매물도 현재 많지 않은 것이다. 이후에는 압구정동까지 추가됐다.

이에 따라 강남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투자할 곳의 선택지가 줄어든 이들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이 안 된 반포동에 다수 유입됐다. 그런데 서서히 전세보증대출 금리가 높아지자 임대차 시장에서도 전세보다는 월세가 선호됐고 기존에 있던 임차인들이 나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정부가 2019년 12월 이후 임대차계약을 맺은 시세 15억원 이상 집을 보유한 집주인에 대해서는 전세 퇴거자금 대출도 차단했기 때문에 마음 급해진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춰서라도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장 특징이기도 하지만 반포르엘도 예상보다 훨씬 낮은 값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며 “갭투자로 들어온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이 빠지지 않자 너나 할 것 없이 보증금을 낮추며 시세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전세보증금의 조정이 없거나 조정을 소폭 받으며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45㎡는 전세보증금이 가장 높았던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21억원과 22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에도 22억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동일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도 지난해 5월 전용 84㎡가 18억원에 거래됐다가 가장 최근 거래인 8월 거래는 15억4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한편,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물건은 지난 21일 기준 12만2000여건으로 한 달 전(10만3300여건) 대비 18% 가량 늘었다. 정부가 허위 매물 과태료 부과를 시행한 2020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고, 올해 들어서만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과거 갭투자가 많았거나 아파트 입주 여파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급불균형에 따른 역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만큼 거래 당사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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