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임금 소위서 노조에 “임금 인상 없이 일시금 200만 지급”
노조·직원들 사측 제안에 “2년 연속 ‘임금 삭감” 반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경영진이 올해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 인상 0%’와 ‘일시금 200’만원이란 조건을 제시했다. 임금 동결뿐만 아니라 일시금도 지난해 대비 줄어들어 노조는 사실상 ‘2년 연속’ 연봉 삭감이라며 반발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제1노동조합인 KT노동조합은 지난 20일 ‘2022년 단체교섭 임금제도 실무소위원회’를 열었다. 회사와 노조는 지난달말부터 임금, 제도, 보수·복지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협상자리가 다섯번째다.

올해 KT는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통신업계 3위 LG유플러스가 지난 6월 올해 평균 임금 8.7% 인상을 결정하면서, KT 임금이 LG유플러스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1인당 평균 연봉은 KT가 9500만원으로 LG유플러스(9400만원)보다 100만원 많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이미 LG유플러스의 1인당 평균 급여(5400만원)가 KT(4900만원)보다 높다. 통신업계 1위로 평균 연봉 수준도 가장 높은 SK텔레콤 평균 연봉은 올해 1억원대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KT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1인당 평균 연봉 9.5% 인상 ▲일시금 1000만원 지급 ▲연차촉진제 폐지 ▲초과근무수당의 기본급화 ▲복지포인트(명절 상여 등) 인상 ▲복지기금 887억원 출연 등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 5차 회의에서도 노조 요구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KT가 임금 인상 없이 경영성과 격려금 성격의 ‘일시금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다.

한 KT 직원은 “올해는 구현모 대표 임기 마지막해인데 연봉 인상률 0%에 일시금 200만원은 너무 무성의하다”며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바라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는 회사’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직원도 “작년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었고 올해는 일시금도 작년 대비 줄어드니 또 삭감되는 셈”이라며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고 경영진들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데, 직원 연봉은 2년 연속 삭감하겠단 것이냐”고 말했다.

KT 노사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1인당 평균 연 75만원 임금 인상(기본급 47만원, 1% 인상) ▲영업이익의 10% 균등 배분하는 성과배분제 신설 ▲500만원 일시금 지급(현금 300만원, 주식 200만원 상당)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임단협 결과에 대해 내부 직원들, 특히 MZ세대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임금 인상률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데다가 초과근무수당 등은 줄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에 가깝단 것이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임단협 투표 결과에도 반영됐다. KT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임단협 찬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59.7%를 기록했다. 2019년(89%), 2020년(93%)과 비교해 낮을 뿐만 아니라, 투표율도 2019년(88.7%), 2020년(90%)에 비해 저조한 76.3%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임단협 결과가 연봉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특히 KT가 지난해 전년 대비 41.2% 늘어난 규모이자, 통신3사 중 최대치인 영업이익 1조6718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직원들 처우 개선엔 인색했단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 5차 소위원회에서“이미 소비자 물가가 6% 이상 상승했는데, 임금이 안 올라간다면 결국 생계비가 6% 낮아지는 셈”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급여 5억5600만원, 상여 9억4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000만원 등 연봉 총 15억2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취임 첫해인 2020년(9억9700만원) 대비 5억2500만원 늘어난 규모다. 급여는 5억2700만원에서 5억5600만원으로, 상여금은 4억5800만원에서 9억4600만원으로 모두 늘었다.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 및 경영기획부문장 사장(9억8500만원)과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8억600만원)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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